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마련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전시 현장. 은지화 실물들이 전시된 진열장 앞의 대형 스크린에 은지화를 확대한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노형석 기자
올해 상반기 이중섭 컬렉션 전시와 시장 활황 등으로 대중의 관심이 뜨거웠던 미술판은 한가위 연휴 기간에도 풍성한 작품 잔치를 벌인다.
가족 나들이에 맞춤한 전시로 국민화가 이중섭(1916~1956)의 명작 마당을 우선 꼽을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이다. 지난해 4월 삼성가가 기증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총수의 컬렉션 1488점 가운데 <나무와 까치가 있는 풍경> 등의 유화와 은지화, 그림엽서 등 주요 작품 80여점을 추리고 미술관 기존 소장품 10점을 더해 시기별 주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13일 작가가 생전 열렬히 사랑했던 일본인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가 일본에서 별세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전시는 더욱 애틋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1940~41년 연인 시절 이중섭이 야마모토 여사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보낸 수십통의 ‘그림엽서’와, 1950년대 초 이별한 부인과 아들에게 정성껏 보낸 그림편지 등에 눈길이 간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마련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전시 현장. 은지화 실물들이 전시된 진열장 앞의 대형 스크린에 은지화를 확대한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노형석 기자
이 미술관 덕수궁관에 펼쳐진 조각 대가 문신(1922~1995)의 탄생 100돌 특별전도 손짓한다. 원래 회화 작업을 하다 프랑스로 건너가 조각가로 일가를 이룬 문신은 조각, 회화, 공예, 도자 등 여러 분야를 섭렵한 예술가로 유명하다. 평생 통 크게 살며 창작했던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처음 망라한 대형 회고전이다.
지방 곳곳의 기획전들도 콘텐츠가 충실하다. 광주시립미술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 거장 권진규(1922~1973)의 걸작들을 추려 모은 탄생 100돌전 ‘영원을 빚은, 권진규’를 열고 있다. 광주 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권진규의 기획전으로 고인의 시기별 작품 120여점과 아카이브, 드로잉 50여점을 선보인다. 활동 시기별로 전시 영역을 세 부분으로 나눠 작품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했다.
부산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국제 미술잔치인 2022 부산비엔날레는 색다른 전시 장소와 설치작품들의 개성적인 면모가 눈길을 끈다. ‘물결 위 우리’(WE, ON THE RISING WAVE)란 주제로 지난 3일 개막한 이번 행사에는 64팀 총 80명의 작가가 참여해 ‘이주’ ‘여성 그리고 여성 노동자’ ‘도시 생태계’ ‘기술 변화와 로컬리티’란 세부 주제 아래 작품 239점을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부산항 제1부두 창고, 영도 폐공장, 초량 산복도로의 주택 등에 펼쳐놓았다.
박물관의 문화유산 전시로는 국립민속박물관의 ‘한 여름밤, 신들의 꿈’이 맞춤하다. 한국인 주변에서 함께 살아온 산신, 도깨비, 가옥신 등의 이야기를 첨단 실감 동영상 등으로 연출했다.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수교 30돌을 맞아 현지 사진작가 빅토르 안이 기증한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일상 사진을 바탕으로 만든 특별전 ‘까레이치, 고려사람’도 볼 수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의 ‘낭산, 도리천 가는 길’도 올해 연휴 기간 빼놓을 수 없는 나들이 명소다. 사천왕사터 신장상 벽전, 전 황복사터 사리함의 황금불상, 문무왕의 비석 조각 등 신라인의 성지 낭산의 무수한 문화유산들을 역대 처음 한자리에 모아 흥미진진한 신라사 이야기로 풀어낸 수작 전시회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