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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KT 대표 백지화만 3번…“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일 상황”

등록 2023-03-29 06:00수정 2023-03-29 09:37

이상훈 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
소유분산기업 장악한 내부세력
‘참호’ 구축 문제, KT에서 심각
정부, 폐해 제대로 고치지 않고
‘참호’ 뺏어 자기 것 만들려 해
지난달 23일까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을 지낸 이상훈 변호사. 본인 제공
지난달 23일까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을 지낸 이상훈 변호사. 본인 제공

정기주총을 4일 앞두고 차기 대표이사(CEO) 내정자가 또 전격 사퇴한 케이티(KT) 사태에서 최대주주(2월27일 기준 8.53% 보유) ‘국민연금’은 주요 등장인물이다. 케이티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대해 직접 문제제기를 하는 등 지난 4개월 동안 케이티에서 세번의 ‘대표이사 후보 백지화’라는 기록이 세워지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국민연금의 의견 표명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정당한 ‘주주행동’인지, 그 뒷자리에 정부의 ‘관치’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23일까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을 지낸 이상훈 변호사는 작금의 케이티 사태를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일까 싶은 상황”이라고 요약했다. ‘주인 없는 기업’ 케이티에서 권력을 잡은 이들이 자기들 만의 ‘참호’를 구축해 이익을 독점하는 상태와 그 ‘참호’를 뺏고싶은 욕망을 드러낸 정부의 구도를 빗댄 표현이다.

—지난해 12월 국민연금이 케이티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추진하는 것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당시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이었는데, 논의가 어떻게 진행됐나?

“당시 문제제기는 기금운용본부장의 발언과 같이 ‘고공전’을 통해 나간 것이다. 정부가 ‘관치’를 하고싶은 욕구가 강하다 보니, 방어막이나 물타기 수단 정도로 국민연금을 활용한 것이라고 본다. 괜히 국민연금을 명분으로 내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내세워 ‘관치’ 논란에 물타기를 하려 한다면 장기적으로 자본시장 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민연금이 당시 케이티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 ‘깜깜이 경선’ 등 지적한 것은 타당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에는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에 의지가 없는 것처럼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대표이사 선임 국면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 ‘신관치’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즉흥적이고 선별적인 대응이 문제다.”

—케이티가 회삿돈을 횡령해 정치자금은 댄 ‘쪼개기 후원’에 연루된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두 번이나 추진했던 것은 어떻게 보나?

“‘주인 없는 기업’이라 불리는 소유분산기업의 경우, 내부 권력다툼에서 이겨 장악한 사람이 ‘참호’를 만들어 다른 사람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자기들끼리 이익을 나누는 ‘참호 효과’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독점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케이티는 그 문제가 심각하다. 자회사만 50개이고, 권력자들이 독점해 이익을 가져가며 사실상 주인처럼 자기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윤경림 후보가 정기주총 나흘을 앞두고 사퇴했다. 어떻게 보나?

“케이티 내부의 ‘참호’를 깨려면 좋은 뜻으로 깨야 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그걸 뺏어서 자기들만의 ‘참호’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이게 생긴 상황이다. 마치 공작정치처럼 대표이사 후보자에게 수사도 들어오는 상황이니 (케이티 내부에서) 하겠다는 사람이 나올까 싶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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