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최근 경상수지 변동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1%인 약 160억달러로 예상했다. 흑자액이 지난해(298억달러, 지디피의 1.8%)에 견줘 46% 감소하리라는 시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2월 누적 경상수지는 47억3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올해 경상수지 최신 전망치는 260억달러 흑자(상반기 -44억달러, 하반기 304억달러)다.
김준형 케이디아이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에는 세계 경제 부진이 지속하고 내수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여 경상수지가 약 100억달러 적자를 보일 것”이라며 “하반기엔 세계 경제 회복과 내수 증가세 둔화로 약 26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세계 경제의 ‘상저하고’(경기가 상반기에 나쁘고 하반기에 좋아짐) 전망에 따라 경상수지도 올해 하반기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얘기다. 앞서 올해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적자(누적 적자액 47억3천만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또 김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을 고려할 때 경상수지 하락으로 인한 급격한 외환시장 위축(원화 가치의 추가 약세)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최근 경상수지 적자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대외 건전성은 여전히 탄탄하다는 게 케이디아이의 견해다. 올해 한국 지디피의 25%에 이르는 외환보유액, 지디피의 46% 수준인 순대외 자산(대외 자산-대외 부채) 등을 보면 과거 외환위기를 겪는 나라들과는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자금 유출 위험이 높지 않고 향후 경상수지 적자가 1∼2년 발생하더라도 순대외 자산 감소로 인한 외환위기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케이디아이는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단순 경상수지 개선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반도체, 대중국 중심의 수출 악화 속에서 수지 적자를 줄이려면 내수(수입) 둔화가 필요한데, 이 경우 내수 경기와 직결된 일자리 여건이 나빠지는 등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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