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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박승복/샘표식품 회장] “한우물만 샘내고 쓰는 돈엔 표내야”

등록 2006-05-10 19:10수정 2006-05-25 22:43

욕심부려 일 벌이면 결국엔 ‘사고’치죠
접대할때 내월급으로 상속세도 법대로 내야
Econo 사람/창립60돌 샘표식품 박승복 회장

“사리에 맞게 ‘정도 경영’을 해온 것이 장수의 비결인 것 같습니다.”

올해로 창립 60돌을 맞은 샘표식품의 박승복(83) 회장은 회사가 58년 동안 흑자 기조를 이어오며 건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우물’ 경영도 장수기업의 비법으로 꼽았다. “장수기업은 가치있는 한 분야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다른 분야에 진출해요. 신중한 경영방침 때문에 회사가 외향적으로 크지는 못했지만, 간장 단일 품목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그는 “최근 우리 경제가 주주 경영, 경영 전문화, 인수·합병 활성화 등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시대 흐름에 부응하려면 경영 투명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최근의 현대자동차 사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경영자들에게 경종을 울린 유감스런 일”이라고 말문을 연 뒤 “경영자들이 욕심을 부려 일을 너무 많이 벌이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오너가 깨끗하게, 공사를 분명히 가려서 하면 시끄러울 일이 없습니다. 몇년 전부터 접대 때도 회사 법인카드를 전혀 안쓰고 내 월급을 쓰고 있어요. 핸드폰 요금도 내가 냅니다.” 주주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은 경영자는 회삿돈을 아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상속세도 법대로 다 냈다”는 그는 기업들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물의를 빚는 데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깨끗하게 세금을 내면 되는데 너무 술수를 많이 부리는 것 같아요. 돈 욕심만큼 더러운 게 없어요.” 그는 몇년 전 자녀들에게 주식을 모두 물려준 상태다.

박 회장은 은행원에서 시작해 공직에 몸담아오다 부친의 별세로 54살에 가업을 이어받았다. 함경남도 함주 출신인 그는 함흥공립상업학교를 졸업한 뒤 최고 인기직장이던 식산은행에 들어갔다. 은행 상사로 모시던 송인상씨가 재무부 장관이 되자 59년 재무부 총무과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76년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장으로 공직을 마무리했다.

“공장에 처음 출근하니 직원들이 저를 인정하지 않더군요. 첫날부터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100일 동안 매일 공장을 두 차례씩 돌며 회삿일을 챙겼어요.” 박 회장은 또 분기 경영현황 설명, 이익배분, 노조 결성 권유를 통한 대화창구 개설 등을 실천하며 직원들과 신뢰를 쌓아갔다고 말했다. 이렇게 쌓은 신뢰가 바탕이 돼 샘표식품은 지금까지 노사문제가 별로 없었다. 노사문제는 사용자의 자세에 달려 있다고 믿는 박 회장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원하는 걸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공업협회장, 상장사협의회장 등 30개의 직함을 갖고 있는 박 회장은 우리 나이로 올해 85살인데도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1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왕성하게 활동한다. 25년 동안 실천해온 식초건강법이 비결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한 세미나에서 하루 세 차례 식후에 식초를 물에 타서 마시며 건강을 지켜온 경험을 얘기한 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식초 열풍을 일으켰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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