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삼성전자 동남아총괄 부사장
Econo 사람/박상진 삼성전자 동남아총괄 부사장
“지금까지는 고가 제품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해 왔지만 어떤 형태로든 저가시장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타이, 베트남 등 동남아 7개 나라를 총괄하는 박상진(53·사진) 삼성전자 부사장은 15일 “신흥시장을 회사 전략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 건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경우 동남아, 인도, 중남미 등 신흥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른다. 경제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소득수준이 낮아 100달러가 넘는 고가 제품보다 60달러 이하의 저가 제품이 잘 팔리는 곳이다. 이 때문에 삼성처럼 고가 전략을 펼쳐온 업체들은 신흥시장에서 고전해 왔다. 저가시장에 대한 대응은 오히려 세계 1, 2위 업체인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더 적극적이다. 박 부사장은 “동남아에선 브라운관 텔레비전 시장이 전체 텔레비전의 60%를 차지하는 상황인데 너무 고급화 쪽으로만 가면 소비자의 70%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며 전략 변화를 꾀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동남아 지역에 대한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이곳에서 87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삼성전자는 올해 100억달러 돌파를 내다보고 있다. 박 부사장은 “2010년에는 200억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동남아 주요 나라에서 텔레비전과 모니터, 디브이디 플레이어 등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엘시디 텔레비전은 동남아 7개 나라를 통틀어 점유율 1위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동남아에서의 기업 위상도 소니와 역전될만큼 크게 달라졌다. 박 부사장은 “싱가포르 총리가 직접 나서 국민이 배워야 할 기업으로 삼성을 꼽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소니의 저력도 만만찮다.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아직도 노키아와 함께 소니가 최고로 꼽힌다. 박 부사장은 “소니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손상되긴 했으나 소비자들의 마음에서 떠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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