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 사람/푸르덴셜생명 ‘라이프플래너’ 백용준씨 “분식집을 하나 차려도 몇억원 듭니다. 최장수 현역 보험설계사 꿈을 이루려면 이 정도는 투자해야죠.” 푸르덴셜생명의 라이프플래너(보험설계사)인 백용준(47)씨는 길이 8m짜리 대형 흰색 리무진을 개인적으로 장만해 10월부터 고객들에게 리무진 서비스를 하고 있다. 벌써 열두명의 고객을 모셨다. 운전도 손수 한다. 그는 “몸이 아픈 고객은 병원까지, 결혼하는 고객은 예식장에서 공항까지, 인상 깊은 프로포즈를 원하는 고객은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백씨는 기존 고객들한테만 리무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규 계약자를 유치하기 위해 리무진을 이용하면 결국 족쇄로 돌아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백씨는 정말 남다른 설계사다. 그는 생명보험 설계사다. 손해보험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손해사정법인과 계약을 맺어 자신의 고객들만 전담하는 손해사정사를 두었다. 그는 “고객들이 교통사고 같은 손해보험 관련 문의도 해 온다”며 “내 일이 아니긴 하지만 ‘모른다’고 전화를 끊기가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쟁쟁한 설계사들이 많은 푸르덴셜에서도 실적이 금액 기준으로 5% 안에 든다. 그러나 정상급 설계사들이 흔히 두는 개인비서가 없다. 700명이 넘는 고객들을 관리하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직접 고객한테 전화를 건다. 우편물도 직접 주소를 오려붙여 보낸다. 백씨는 그래서 고객 신상과 계약 내용을 꿰뚫고 있다. 고객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도 곧바로 “아! 누구네 엄마시군요!”라며 살갑게 받아쳐, 고객들이 깜짝 놀란다. 이런 고객 관리 덕에 백씨의 1년 이상 계약 유지율은 10월 현재 96.3%에 이른다. 국내 보험사들의 평균 계약 유지율이 79%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저축은행에서 일하다 먼저 이직한 후배 권유로 2000년 푸르덴셜생명에 입사한 백씨는 “신뢰는 거창한 게 아니고 자잘한 것부터 신경쓰고 관리해주는 데서 출발하는 것 같다”며 “철저한 고객 관리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롱런하는 설계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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