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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4년간 하루도 못쉬고 최저임금”-“주변 편의점 간판만 봐도 답답”

등록 2016-05-25 22:00수정 2016-05-26 10:06

[더불어 행복한 세상]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회사 다닐 만해요?
1부 일과 삶의 균형

(6) 편의점과 동네슈퍼
마트 직원에게도 ‘저녁’이 올까요?

자정까지 환하게 불 밝힌 마트, 퇴근 시간 뒤에도 쇼핑할 수 있는 백화점, 24시간 문 여는 편의점. 밤을 잊은 공간에 들어서면 피곤한 표정의 직원들과 마주치곤 한다. 야근이 일상이고 주말이 더 바쁜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문제는, 개인이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문제에 가깝다.

유통업계 일자리는 장시간 노동과 높은 매출 달성 스트레스,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임금이 특징이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도소매업의 한 달 평균 근로시간은 172.9시간, 월평균 임금은 329만원으로 금융·보험업(164.3시간, 549만원), 교육서비스업(151.5시간, 348만원), 출판·방송·통신업(164.3시간, 401만원)에 견줘 오래 일하고 월급은 덜 받는다.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본사 정규직부터 입점업체가 고용한 아르바이트까지 직원 구성이 매우 다양하다. 본사 정규직에는 남성 비중이 높고 매장 비정규직에 여성 비중이 높다 보니 성별 임금 격차도 높다. 백화점, 마트 등의 일자리 질을 국내 유통업체 최강자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분석해봤다. 아울러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점주와 동네슈퍼 사장님의 하루도 분석해봤다. 임지선 허승 기자 sun21@hani.co.kr

롯데쇼핑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편의점 ‘세븐일레븐’ 8천여개점에서 3조8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454억3557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2015년 감사보고서 기준) 1년 사이 매출이 33.5%, 영업이익은 32.8% 성장했다. 지에스(GS)25, 씨유(CU), 미니스톱 등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자료를 보면 2014년 전체 편의점 점포는 2만6020개로 1년 사이 1161개 늘었고, 업계 매출은 13조8361억원으로 전년보다 8% 증가했다. 그렇다면 늘어가는 편의점 점주들, 그리고 설 자리가 좁아지는 동네 슈퍼 사장님들의 일자리 질은 어떨까?

회사원 남편과 맞교대로
부부 주당 102시간 근무
자리 못비워 아파도 병원 못가

■ 편의점 “자리 비우지도, 하루 쉬지도 못해”

“몸이 아파도 잠깐 병원 갈 시간도 없어요. 코앞 투표소도, 딸 졸업식도 못 갔어요.” 8년째 경기도의 한 번화가에서 세븐일레븐 가맹점을 운영해온 김아무개(47)씨의 말이다.

맞벌이 부부였던 8년 전, 김씨의 남편이 “알바를 고용하면 직접 일을 안 해도 매달 250만원은 떨어진다”는 말만 듣고 편의점을 인수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계약을 중간에 해지하고 싶어도 위약금이 발목을 잡았다. 김씨는 결국 인건비라도 아끼기 위해 2012년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직접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지난 4년간 김씨 부부는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16시간 동안 번갈아가며 가게를 봐왔다. 남편이 출근 전 아침 7시에 나와 야간 아르바이트 직원과 교대를 하고, 1시간 동안 물건 입고와 점포 정리를 마치고 회사에 가면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종일 김씨가 가게를 지킨다. 김씨는 남편이 퇴근하면 가게를 맡기고 집에 가 집안일을 시작한다. 남편은 밤 11시에야 편의점에서 두번째 퇴근을 한다.

부부는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다시 편의점으로 간다. 이런 생활은 주말에도 끝나지 않는다. 김씨는 “4년 동안 단 하루도 못 쉬었고 명절에도 가족들과 함께 밥도 먹지 못했다”고 했다. 가맹계약 때문에 잠깐이라도 문을 닫을 수가 없고, 직원을 더 고용하자니 인건비가 무섭다. 점심조차 매대에 앉아 유통기한 지난 김밥이나 도시락으로 때운다. 김씨는 최근 우울증과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다.

김씨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72시간에 이른다. 남편도 매주 평균 30시간 이상을 편의점에서 일한다. 이렇게 일을 해서 월 매출 6천만원을 올리지만 손에 남는 돈은 한 달 평균 224만원이다. 물건을 팔고 남는 20% 정도의 수익은 본사 로열티(20%·240만원), 월세(250만원), 인건비(200만원), 보험료, 재고 폐기 비용 등으로 손가락 사이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김씨 부부의 수익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5060원, 최저임금(6030원)에도 못 미친다. “본사에서 최소한 인건비와 폐기 비용 일부라도 지원을 해준다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로열티 없어 한달 400만원
100시간 일해도 미래 안보여
취침전 소주 한두병은 마셔야

■ 동네슈퍼 “주변에 편의점 7개…미래 안 보여”

서울 숭인동에 있는 ㅎ마트 주변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이마트 등 중·대형 마트가 3개, 100여m 반경에 편의점만 7개가 있다. ㅎ마트를 운영하는 심아무개(49)씨는 “간판을 보고만 있어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심씨 부부는 2010년 이 동네에 20평 규모의 작은 마트를 차렸다. 외진 골목이었지만, 열심히 판촉행사도 해 자리를 잡았다. 그는 “우리 마트 덕분에 사람들 동선이 바뀌고 상권이 형성됐다”며 뿌듯해했다. 마침 인근에 오피스텔이 들어서면서 오가는 사람도 많아졌다. 하지만 사정이 좀 나아질 것 같은 기미가 보일 때마다 마트와 편의점들이 하나씩 들어섰다.

심씨도 업체들로부터 편의점 가맹계약을 맺자는 권유를 여러번 받았다. 하지만 심씨는 “그래도 편의점보다는 낫다”며 거절했다. 심씨 부부는 한 달 평균 400만원 남짓을 수익으로 가져간다. 그나마 편의점 로열티가 없기에 가능한 마진이다. 매달 5천만원 정도 매출이 나고 평균 매익률(매출이익률)은 16%다. 임대료(200만원), 광열비와 각종 잡비(85만원), 판촉·홍보 비용(35만원), 카드 수수료(매달 60만원 정도)가 빠져나간다.

이 돈을 벌기 위해 심씨 부부는 하루 종일 가게에 매달린다. 심씨는 매일 아침 8시 가게에 나와 새벽 1시까지 가게를 지킨다. 오후에는 부인이 가게에 나와 잠깐 교대를 하거나 함께 일한다. 심씨가 가게에서 일한 시간을 평균 주당 근로시간으로 환산하면 100시간에 육박한다. 부인도 가게에서 매주 35시간씩 일을 한다. 부부는 시간당 7450원,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버는 셈이다.

심씨는 지난 5년 동안 명절을 포함해 하루도 쉬어본 일이 없다. 유일하게 쉬었던 것은 몇해 전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사흘, 그리고 최근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사흘이다.

주변에서는 “쉰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쉬어가면서 일하라”는 권유를 들었지만 불안한 마음에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세 달 전, 근처에 편의점이 또 하나 생겼다. 심씨는 “미래가 안 보인다”고 했다. 그는 새벽 1시에 가게 문을 닫고 집에 와 소주 1~2병을 마시고 잠든다고 한다. 6시간 자고 일어나 심씨는 또 ㅎ마트로 가야 한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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