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통화 거래소 자체를 폐쇄하는 초강경 카드를 집어든 건 가상통화 시장의 과열 양상이 이어져 온 데 따른 것이다. 일부에선 정부 대응이 뚜렷한 기준 없이 오락가락하거나 정부 내 의견 조율도 미처 이루어지지 않아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방침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거래가 투기나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이 언론에 등장하는 것도 한국 거래가 비정상적이라는 국외의 평가가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상통화 거래 시장이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설 도박장’이기에 이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김치 프리미엄은 가상통화 국내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웃도는 현상을 말한다.
박 장관은 “버블(거품)이 붕괴됐을 때 개인이 입을 손해나 그런 걸 생각하면 그 금액이 너무나 커 우려한다”라고도 말했다. 법률 용어를 엄격히 쓰는 법무 장관이 ‘손실’이 아닌 ‘손해’라는 표현을 쓴 것도 현재 국내 거래 시장에 사기 등 불법적 징후가 상당히 있다는 인식을 은연 중에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28일 범정부
가상통화 대책회의를 한 뒤 법무부가 가상통화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만해도 정부가 구상하는 여러 안 중 하나로 ‘거래소 폐쇄’가 검토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경제부처에선 가상통화가 4차 혁명을 이끌 촉매제로서의 기능이 있다는 인식 속에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더 무게를 둬왔다. 하지만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지속되면서 정부 내 우려가 더 커졌다. 박 장관 발언대로 정부의 대응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비트코인 거래소 시세전광판 모습. 연합뉴스
박 장관은 관계부처 간 이견을 겨냥한 듯, “법무부는 처음부터 (가상통화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관련 부처에 그런 시각을 계속 전달했다. 현재 법무부의 입장 방향으로 부처간 이견이 없어 특별법 제정 방안이 잡혔고 시행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다소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의에 아무런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도규상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법무부가 이미 수차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에 대해 입장을 밝혀 범부처 티에프에서 현재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정부 내 혼선이 시장 불안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법무부의 강경론에 초강경 대책이 떠밀려 나온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거래소가 실제로 폐지된다면 자금은 외국으로 유출되고, 거래는 음성화될 수밖에 없다”며 “피투피(개인간) 거래 시장이 열리면 브로커나 사기꾼 등이 생겨 관리가 더욱 안 될 우려가 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경락 김양진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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