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이재용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강한 그룹 경영 의지를 함께 밝혔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책임 인정은 없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해 국민께 실망과 심려를 끼쳤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며 “모든 것은 저희의 부족함 때문이고 저의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며 삼성과 관련된 문제의 근원이 경영권 승계 문제임을 인정하고, “앞으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법을 어기는 일을 결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재벌 4세 상속의 고리를 끊을 것임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강한 그룹 경영 의지를 밝혔다. 그는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며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과의 배경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의 대법원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유죄 내용이 강화돼 파기환송된 서울고법 재판부의 주문이다. 지난해 10월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가 미국 사례를 들면서 기업 내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시 양형 고려를 언급한 이후, 올 2월 외부 명망가 중심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만들어졌다. 준감위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의혹 대국민 사과 △무노조 경영 방침 철회 △시민사회와 신뢰 회복 등의 내용을 주문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은 “현재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는 언급과 행동이 없었다”며 “과거 비자금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선 이건희 회장이 사과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전례에 견줘서도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저지른 불법을 바로잡는 일은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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