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사들의 실적 흐름을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호전)'로 예상했던 증권사들이 3~4분기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수요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탓이 크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9곳의 3분기(7∼9월) 영업이익 전망치(지난 11일 기준)는 모두 20조136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연초에 증권사들이 내놓았던 69곳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총합(29조223억원)에 견줘 30.6% 줄어든 수준이다.
주요 상장사의 실적 전망치가 이처럼 줄어든 데에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연초만 해도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7조8158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시장 눈높이는 2조8918억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에스케이하이닉스의 경우 3분기 영업손실 전망치가 연초 6477억원에서 최근 1조7507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매각절차가 진행중인 해운사 에이치엠엠(HMM)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연초 9144억원에서 245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차전지 테마주로 분류되는 포스코홀딩스의 추정치도 1조7378억원에서 최근 1조3126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엘지디스플레이(129억원 이익→4715억원 손실), 엘지화학(1조1362억원→8003억원) 등도 추정치가 큰 폭으로 줄었다. 연초 대비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오른 곳은 현대차(2조5136억원→3조4477억원)와 기아(1조9998억원→2조7831억원) 정도에 그친다.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연초보다 크게 낮아졌다. 연초 기준 이들 69개 상장기업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총합은 31조2153억원이었으나 최근 기준 24조1363억원(-22.7%) 줄었다. 4분기 역시 삼성전자(9조667억원→4조3545억원)와 에스케이하이닉스(2776억원 이익→7590억원 손실)를 중심으로 실적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 전망 자체는 연말까지 우상향하겠지만 속도가 감소하는 국면”이라며 “여전히 부진한 수출과 마진 전망 하락으로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승연 디비(DB)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세트사들의 재고 조정이 올해 3분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 강도가 높지 않아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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