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배당 착오로 인한 사고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증권이 전산 입력 오류를 하루 동안이나 인지하지 못한데다 알아차린 이후 위기 대응에도 37분이나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허점이 그만큼 심각했던 셈이다. 금융당국이 사태 파악을 위한 특별 점검에 착수하면서, 향후 일부 영업정지 및 임직원에 대한 무더기 제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9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삼성증권이 당국에 보고한 이번 사태의 경위를 공개하며 “자본시장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린 대형 금융사고”라고 밝혔다.
우선 삼성증권 직원이 현금배당을 주식배당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산에 입력한 시점은 지난 5일이었다. 김진국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부국장은 “삼성증권은 담당 직원이 전일 근무시간 중에 전산 입력이 이뤄졌다고 보고했다. 정확한 시기와 경위는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잘못 입력된 주식이 삼성증권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지급된 시점은 6일 오전 9시30분이다. 해당 주식을 받은 삼성증권 직원 2018명 중 16명은 오전 9시35분부터 10시5분 사이에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때 시장에 팔린 삼성증권 주식은 모두 501만주이며, 매도 물량이 짧은 시간에 쏟아지자 삼성증권 주가는 전날 종가보다 12%(3만9800원→3만5150원) 폭락했다. 주식을 판 직원 중 무려 100만주를 판 이는 애널리스트였다.
이 과정에서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삼성증권이 지난 5일 발생한 입력 착오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주식이 조합원에 지급된 직후인 6일 오전 9시31분이었다. 하루 동안 누구도 잘못 입력된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또 잘못 지급된 주식을 일부 직원들이 대량 매도하는 와중에도 즉각적인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체 임직원 계좌에 주문정지 조처가 단행된 시점은 주식이 지급된 시점(오전 9시30분)으로부터 38분이 지난 오전 10시8분이었다. 사태를 인지한 시점(오전 9시31분) 기준으로는 37분이 지났을 때였다.
주식을 판 직원들이 비도덕적 행태를 보인 사실도 드러났다. 삼성증권은 사태를 인지한 시점에서 8분이 지난 오전 9시39분에 사고 사실을 직원들에게 전파했고, 6분 뒤에는 착오 주식 매도 금지를 공지했다. 하지만 16명의 직원 중 상당수는 이런 공지를 전혀 따르지 않은 채 주식을 팔았다. 강전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주식을 판) 16명 직원 중 회사 쪽 공지 이후에도 주식을 판 직원과 그 물량은 현재까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런 사태가 발생한 이유로 시스템 결함과 부실한 내부통제 장치를 꼽았다. 우선 주식배당 입력 오류가 발생할 때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없었다. 또 담당 직원의 실수에 따라 발생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위기 대응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김진국 부국장은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한국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 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 특히 삼성증권은 발행 회사로서의 배당 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 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에서 이뤄지도록 돼 있어 시스템 오류 발생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삼성증권 외 다른 증권사 4곳도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그에 따른 문책을 위해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특별점검을 벌인 뒤 11일부터 19일까지 현장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검사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엄중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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