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무승부로 마친 뒤 이강인 등 동료들과 포옹하고 있다. 알라이얀/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축구공은 둥글고 인공지능(AI)은 갈 길이 멀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맞아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야심차게 선보인 인공지능 승부 예측 기술이 낮은 적중률로 불신(?)을 낳고 있다. 그만큼 실제 경기에서 기존 데이터를 뛰어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8일 <한겨레>가 엘지(LG)유플러스 ‘스포키’의 인공지능 승부예측 서비스(익시)의 적중률을 따져본 결과, 현재까지 총 28경기 중 15경기(53%)만이 승부예측 결과가 일치했다. 스포키에선 월드컵 출전국과 선수들의 경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승리·패배·무승부 확률을 도출하는데, 2경기 중 1경기의 승부예측만 성공한 셈이다.
예상 점수 적중률은 더 떨어졌다. 각 경기당 발표된 3개 예상 점수 가운데 총 28경기 중 하나라도 점수가 일치한 경기는 11경기(39%)뿐이었다. 가장 확률이 높은 1순위 예상 점수가 적중한 건 시(C)조 폴란드 대 사우디(2:0), 아르헨티나 대 멕시코(2:0) , 지(G)조 스위스 대 카메룬(1:0) 등 3경기에 그쳤다.
이번 월드컵은 언더독(Underdog·이길 확률이 적은 팀)들의 반란이 유독 눈에 띄었다. 지난 22일 오후 펼쳐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선 인공지능 예상 승률 3%를 뚫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변을 일으켰다. 23일 열린 독일과 일본의 경기도 승리 확률이 15%였던 일본이 67% 확률의 독일에 승리했다. 인공지능은 24일 한국의 경기도 우루과이가 70%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0대 0으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수만개의 데이터와 인공지능 예측치를 비웃는 결과였다.
엘지(LG)유플러스 스포키의 인공지능 승부예측 서비스 익시가 한국과 가나의 예상 점수를 1대 1로 예측했다.
인공지능은 28일 저녁 열리는 한국과 가나의 승부를 1대1로 예상했다. 승리 확률은 한국이 41%로 가나(30%)보다 앞서지만, 동점 확률이 높다고 예측된 것이다. 다만, 2순위 예상 점수에서 한국이 가나에 1대0으로 승리한다고 예측됐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축구 경기에선 유독 변수가 많아 인공지능 적중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알고리즘 분석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는 선수들의 사기와 당일 컨디션, 경기장 환경 등의 변수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알고리즘 승부 예측은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데이터 값을 예측하도록 모델을 학습시키는 예측분석기법이다. 실제로 스포키 승부 예측은 출전국들의 월드컵 경기와 국가대표 간 경기 기록들을 기초 데이터로 삼고, 지역별 축구리그와 선수들의 기록 등을 보정지표로 삼고 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들이 인공지능 예상에서 벗어나 선전한 것도 축구리그가 발전한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축구 데이터가 부족한 이유이기도 하다.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는 “월드컵에 첫 출전하거나 리그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들의 경우 보정지표가 불충분해 예측 결과에 오차가 생길 수 있다”며 “데이터가 더 많이 축적될수록 예측 적중률도 높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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