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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공공개발 공약부터 보상까지…땅투기 예방책은 없었다

등록 2021-03-15 04:59수정 2021-03-15 09:05

사전정보 이용한 투기에 무방비
투기 먹잇감 된 농지법·분양권
“암암리에 투자, 공공정보 도둑질”
지난 11일 경기도 광명 3기 새도시 개발 예정지인 광명 가학동에서 광명시청 소속 6급 공무원이 소유한 토지의 형질이 변경돼 숲이 훼손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경기도 광명 3기 새도시 개발 예정지인 광명 가학동에서 광명시청 소속 6급 공무원이 소유한 토지의 형질이 변경돼 숲이 훼손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직원들의 광명·시흥 새도시 투기 의혹에서 비롯된 ‘엘에이치 사태’가 택지 개발을 넘어 산업단지 개발 등 공공개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익 목적으로 토지를 수용하는 공공개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가운데, 법과 제도가 투기를 막기에 허술한 현 상황에서는 공공개발이 투기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공개발은 추진부터 보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공공정보’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 토지 투자 관련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해온 ㄱ씨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암암리에 공공정보를 이용한 투자가 이뤄지는데 사실상 ‘공공정보 도둑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중앙정부와 엘에이치가 추진하는 개발보다 지자체 차원의 개발에서 더 심각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지적된다. 지자체 의원들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앞다퉈 개발공약을 내놓으면, 이를 지자체 공무원들이 추진하고, 보상은 지자체마다 있는 도시공사가 담당하는 거대한 ‘개발 메커니즘’ 속에서 사전에 공공정보를 이용한 공직자들의 투기가 싹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엘에이치 직원 투기 의혹이 나온 뒤 세종시를 비롯해, 광명, 하남, 부천 등 기초의원 및 공무원들의 토지 투기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토지 보상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한 ㄴ씨는 “지방에서 민간이 개발하는 사업도 인허가 등을 지자체가 컨트롤하기 때문에 공공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구멍이 많다”고 말했다.

공공택지 개발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여러 특례를 두고 있는 공공주택특별법(공주법)이 토지소유주들의 잇속을 챙기는 도구가 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ㄴ씨는 “토지소유주에게 주어지는 각종 택지 분양권은 ‘딱지’ 형태로 투기를 부추기고, 대토보상도 투기에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3기 새도시처럼 속도가 중시되는 공공개발의 경우 토지주들에 대한 보상이 강화되고, 여기서 다시 투기 유인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지법은 투기꾼들이 ‘가짜 농부’ 행세를 하며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는 데 이용되는 ‘투기 보조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는 게 토지 투자 업계의 통설이다.

문제는 공공개발을 노린 투기를 사전에 감시하고 감독할 수 있는 체계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안에 부동산불법행위대응반이 신설돼 1년여 동안 부정청약, 집값 담합 등 주택시장 불공정행위를 걸러낸 게 전부였다. 토지시장에 대해서는 이런 시도조차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도입을 언급한 시점이 지난해 8월이지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과 야당으로부터 “빅브러더”, “사유재산권 침해” 등등의 공격을 받으면서 여당에서 법안만 제출된 채 논의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부동산학과)는 “금융시장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있어서 주가 급등과 같은 이상 거래 조짐이 있으면 자동으로 조사가 들어가게 된다”며 “차명거래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부동산 거래 감독기구가 있었다면 공공개발지구 지정 이전에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의 이상 거래를 모니터링해서 사전에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부동산 투기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한겨레> 부동산 투기 취재팀은 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서 시작된 한국 사회의 불공정한 재산 축적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취재와 보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고위 관료를 비롯한 공직자나 토지 개발 관련 공기업 임직원 등의 부적절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철저한 신원 보장을 위해 제보는 아래 링크를 통해 받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의 소중한 제보가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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