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을 발표했으나 조직 개편안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가 검토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인력 감축, 업무 이양, 성과급 환수 등 여러 쇄신안이 나왔음에도 조직의 기능 및 위상 재설정과 이를 구체화한 조직 개편안이 빠졌다는 점에서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이날 엘에이치 조직개편 방안은 토지와 주택, 주거복지 부문을 중심으로 분리하는 세 가지 대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기로 하고 공청회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8월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세 가지 안은 토지와 주택·주거복지를 별도 분리하는 1안, 주거복지 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동일한 위계로 수평분리하는 2안, 2안과 같이 분리하되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개발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3안이다.
애초 지난달 정부가 더불어민주당에 제시한 안은 3안, 즉 지주회사안이었다. 주거복지 기능을 떼어내 주거복지공단으로 만들고 토지·주택 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엘에이치를 기능별로 완전히 분리하는 조직개편안을 요구했고, 결국 당정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정부로선 지주회사안을 통해 주거복지와 토지·주택을 연결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 정부의 공공임대 등 저소득층 주거지원을 뼈대로 한 주거복지 사업은 주로 엘에이치를 통해서 추진되고 있고, 이 막대한 비용을 엘에이치가 토지·주택 사업을 통해 충당하는 ‘교차보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엘에이치는 해마다 주거복지 사업에서 1조5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으나 택지 판매와 주택 분양 등을 통해 3조원을 벌어 주거복지 부문의 적자를 메우고 나머지 1조5천억원으로 재투자를 하거나 정부배당 등을 해 오는 식이었다.
1안은 엘에이치의 토지와 주택 기능을 분리해 과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체제로 돌아가는 것으로, 개발사업 독점 문제가 해소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2·4 대책 등 주택 공급대책의 차질이 우려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로서는 지난해 8·4 대책, 올해 2·4 대책 등을 통해 엘에이치가 주도하는 주택 공급 방안을 쏟아낸 만큼 엘에이치의 기능이 과도하게 축소돼 이 역할에 차질이 생기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엘에이치 혁신은 공공성 강화와 동시에 주거복지 집행기관으로서의 공적 기능 확대에 초첨이 맞춰져야 하며, 조직을 분리하는 등의 형식적 개편은 땜질식 처방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엘에이치가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를 통해 주거복지서비스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사업규모의 설정과 조직개편 그리고 관련법 개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엘에이치의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제1조(목적)를 수정보완해서 택지개발사업 등 수익사업 비중을 줄이고 재정이나 각종 기금의 활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공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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