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각)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열린 이란 연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이 포옹하고 있다. 몬트리올/AFP 연합뉴스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3주째를 맞이한 반정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를 계획했다고 비난했다. ‘히잡 의문사’가 촉발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대해 최고지도자가 입을 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는 최근 이란에서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를 계획했다”고 책임을 돌렸다. 지난달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체포된 뒤 의문사하면서, 수도 테헤란 등 곳곳에서는 보름 넘게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전역에서 ‘여성, 삶, 인권’을 외치는 반정부 시위가 퍼지고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도 연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당국은 시위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들을 구금하는 등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있는 비정부기구(NGO) 이란인권(IHR)에 따르면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133명이 사망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가 3일(현지시각)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경찰·군사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군 사령관들과 걸어가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하메이니는 아미니의 죽음에 대해 “아주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증거도 없이 쿠란을 불태우고 히잡을 벗으면서 사원과 차를 불태우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지금의 폭동과 불안정은 미국과 시온주의 정권, 해외에 있는 일부 이란인 반역자들의 도움으로 공작된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고도 했다.
시위 보름여 만에 입을 뗀 최고지도자가 반정부 시위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작’으로 규정한 가운데, 이날 미국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 성명에서 “이번 주에 미국은 평화로운 시위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들이 추가 비용을 내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란 관리들에게 책임을 묻고 이란인들이 자유롭게 저항할 권리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 달 이란의 도덕 경찰을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한편 3주차를 맞이한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10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추가 확산되고 있다. 이란 현지 언론들은 경찰이 테헤란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들에게 최루탄 등을 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대학생들의 시위를 막기 위해 일부 대학의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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