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의 직원들이 펼침막과 노동조합 깃발을 들고 정부의 연금 개혁을 규탄하기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정년을 62살에서 64살로 늦추는 연금 개혁안을 강행 추진하자 주요 노동조합이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지속하며 맞서고 있다. 유명 관광지 루브르박물관 직원도 파업에 동참했다.
27일 파리 루브르박물관 직원 수십명은 관광객을 맞는 대신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펼침막을 들고 입구를 막아섰다. 루브르박물관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 등 각종 명화를 다수 전시하고 있어 세계적 관광지인 파리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다. 박물관은 트위터에 “공공 분야 파업으로 현재 문을 열 수 없다”고 공지했다. 프랑스 산업계 노동자의 파업은 이날을 기준으로 20일째로 프랑스 정유 공장 7곳 중 최소 6곳이 문을 닫았거나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노조는 28일 10차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예고했다. 열차, 지하철, 항공편 등이 축소 운영된다. 연금 개혁 반대 시위는 마크롱 정부 연금 개혁안 발표 일주일여 뒤인 1월19일 시작돼 계속되고 있다. 마크롱 정부가 지난 16일 하원 표결을 생략하는 헌법 특별조항(49조3항)을 사용해 연금 개혁법안을 강행 통과시킨 뒤 시위는 과열되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미화 노동자 파업으로 쌓여있는 쓰레기에 불을 지르거나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거나 폭죽을 쏘는 등 방식으로 반발했다. 최근에는 시위대 진압에 투입된 경찰 특별 조직 ‘브라브 엠’(Brav-M)이 시민에게 폭력 행위, 욕설, 성추행 등을 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28일 시위에 1만3000명에 달하는 군경을 투입하는데 이는 전례없는 규모다.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대통령과 총리까지 나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7일 엘리제궁에서 각료들과 모아 긴급 위기 회의를 열었다. 그는 개혁안을 고수하겠다면서도 정부 인사들이 향후 3주 동안 야당 의원과 노조 등을 만나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26일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는 “국가에 안정을 가져오고 프랑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정부가 이후 헌법 49조5항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보른 총리는 다음달 초 야당 지도자 만날 계획이다. 노조와도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아에프페> 통신은 대화가 성사되면 총리가 연금 개혁의 충격을 완화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조치’를 꺼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육체 노동자, 고령 노동자 등을 겨냥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노조는 강경한 입장이다. 온건파인 프랑스 민주노동연맹(CFDT) 로랑 베르제 위원장조차 연금 개혁이 “한쪽으로 치워져야” 대화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사실상 정부가 개혁안 추진을 포기하라는 것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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