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들이 지난달 27일 모스크바에서 은행 현금지급기 앞에 줄지어 서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가 달러 국채이자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제재로 인해 제기됐던 국가부도 위기의 급한 불은 일단 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재정부는 17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달러표시 국채 두 건에 대한 1억1720만달러(1419억원) 규모의 이자 지급을 이행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국채 이자는 러시아 중앙은행에서 미국의 중개은행인 제이피 모건에 지급됐고, 제이피 모건은 이 돈을 러시아 국채 보유자들을 대변하는 시티그룹에 전달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됐다. <로이터> 통신도 일부 러시아 채권 투자자들이 이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이피 모건과 시티그룹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논평을 거부했다. 하지만, 미국의 신용평가사 에스앤피(S&P)는 “투자자들이 러시아에 대한 국제제재와 관련한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이자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러시아 국채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낮췄다. 에스앤피는 “현 단계에서 러시아의 채권은 채무 불이행의 위험에 매우 노출돼 있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이 러시아가 달러 등으로 보유하는 외환보유고를 사실상 동결하면서, 러시아가 채무 불이행을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얼마 전 러시아의 국가부도가 더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는 국가채무 등과 관련해 추가적인 정보를 곧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 대변인은 ‘러시아가 국가부도사태를 피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수단”을 갖고 있다’며 “일어날 수 있는 어떤 국가부도도 순전히 인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6600만달러(798억원) 규모의 다음 이자지급 만기일은 21일이다. 이자를 내지 못해도 최종 부도까진 한달의 유예 기간을 갖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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