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세 명의 전문가들이 화면을 보고 있다. 이날 S&P 500 지수가 올해 초 사상 최고치에 견줘 20% 이상 하락했다. AP 연합뉴스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과 주요 인사들이 내년 미국에 경기 침체가 불어 닥칠 수 있다는 경고성 전망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대표는 13일(현지시각) 열린 한 금융 컨퍼런스에서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로 진입할 가능성이 50%,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50%”라며 지난달 30%라고 밝혔던 자신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경제학자들은 한 나라 경제가 두 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상황을 경기 침체라 정의한다.
하지만, “향후 몇 년 사이 우리가 거대한 침체의 나락에 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침체의 정도가 그리 심각하진 않을 것이란 견해를 내비쳤다. 이어, “우리는 지금 멋진 신세계에 있다. 앞으로 일 년 간 누구도 정확히 인플레를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미국 경제가 직면해 있는 현실이 엄혹하긴 하지만 지나친 비관도 낙관도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비관적인 전망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편이다. 미국 최대 은행인 제이피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대표는 이날 또다른 콘퍼런스에서 40여년 만에 미국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경제에 직면한 여러 도전으로 지금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12일 <시엔엔>(CNN)에 출연해 “미국이 향후 1∼2년 이내에 경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7일 미 상원에서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다는 경고를 날렸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도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지난 6∼9일 ‘다음 경기침체가 언제 올까’를 주제로 미국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과 함께 경제학자 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미국이 ‘내년 상반기’에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38%로 가장 많았고 ‘내년 하반기’(30%), ‘내후년 하반기’(21%), ‘내후년 상반기’(9%), ‘올해’(2%) 등이 뒤를 이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