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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자존심 구긴 바이든…산유국, 10월 원유 감산 합의

등록 2022-09-06 14:44수정 2022-09-06 14:52

하루 원유 생산량 10만배럴 감산 합의
미국 “에너지 공급 강화 조치 계속”
이란 핵협상도 난항…국제유가 상승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알제리/로이터 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알제리/로이터 연합뉴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가 다음 달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를 잡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은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감산 결정이 나오면서 미국은 당혹스럽게 됐다.

5일(현지시각) 오펙플러스는 10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10만배럴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월례 회의 때 10만배럴 증산을 합의했던 산유국들이 다시 감산에 합의하면서 원유 생산량은 8월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들은 성명에서 “유동성 감소와 변동성이 현재 석유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시장 안정성과 효율적인 기능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유국들은 하반기에 원유 수요가 줄 것으로 보고 감산을 결정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변동성과 유동성 부족은 선물시장이 펀더멘탈과 멀어지고 오펙플러스가 감산에 나서도록 할 수 있다”고 감산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오펙플러스가 “필요한 경우 시장 발전을 논의하기 위해 언제든지 회의를 열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월례회의와 무관하게 필요한 경우 회의를 열어 생산량과 관련해 추가적인 합의를 내놓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원유 생산량과 관련해 산유국들이 주도권을 더 세게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엔베루스의 빌 파렌-프라이스 석유·가스 연구소장은 <블룸버그>에 “오펙플러스가 가격을 지켜보는 상황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감산 결정으로 난감해진 것은 미국이다. 오펙플러스의 발표 이후 미국 백악관은 성명을 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을 강화하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며 “미국 내 원유 생산은 연초보다 하루 50만배럴 이상 늘어났고 연말에는 100만배럴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이 성명까지 낸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를 잡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하고도 결국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우려한 것이다.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에너지 가격도 치솟자 바이든 대통령은 7월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원유 증산을 요청했다. 왕세자는 왕실에 대해 비판적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인물로, 바이든 대통령은 그에 대해 암살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해왔다. 증산 요청을 위해 인권과 관련한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유 증산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이란 핵협상은 난항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과 이란은 유럽연합(EU)의 조율에 따라 2018년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핵합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복원을 위해 협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조셉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최근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새로운 합의를 위한 노력이 위험에 빠졌다”며 “협상 과정에 대해 이전보다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협상이 타결되면 시장에 이란산 원유가 풀리면서 사실상의 증산 효과가 날 수 있다.

한편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 소식 등이 알려지면서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2.3% 올랐고, 브렌트유 11월물도 영국선물거래소에서 2.92% 상승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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