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지난 26일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표결에서 손을 들어 반대를 표시하고 있다. 유엔본부/신화 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중·러가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결의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31일(현지시각)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 다시 제재를 추진하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다. 기존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도 중요하지만 최근 결의를 추진한 것처럼 추가 제재를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러의 반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보리의 분열을 드러낼 수 있는 결의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에 대해선 “하지만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이 안보리 다른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답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언제든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앞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시험발사하자 연간 석유 공급 허용량을 현재의 25% 줄이는 것을 뼈대로 한 제재 결의안을 만들어 안보리 표결에 부쳤다. 북한이 올해 들어 17번째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직후인 지난달 26일 이뤄진 표결에서 이 안은 찬성 13, 반대 2로 부결됐다. 10개 비상임이사국과 3개 상임이사국이 찬성했지만 거부권을 쥔 상임이사국인 중·러의 반대로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대북 제재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2006년 첫 결의 이후 처음이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의 이 발언은 중·러가 거부권을 또 행사해도 추가 제재를 추진해 북한을 압박하고, 중·러의 비협조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는 중·러의 최근 결정에 대해 “국제 평화와 안보, 안보리에 대한 의무를 포기하는 상상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한편, 유엔총회는 8일 중·러로부터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들을 예정이다. 유엔총회는 4월26일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총회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규정한 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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