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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30년 북핵 외교’ 파탄 직전…최악 막을 ‘소통 채널’ 시급

등록 2022-10-14 17:40수정 2022-10-15 02:30

북 무력 위협 막을 해법 없나

1993년 1차 북핵 위기 발생 후
비핵화 외교 막다른 길 몰려
전술핵 맞대응, 불안 부채질
북 협상장 끌어낼 결단 필요
북한이 13일 밤 군용기 10여대가 9·19 합의상 비행금지구역 근처까지 위협 비행을 한 데 이어 14일 새벽 미사일 발사와 포병사격을 한 이날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북한이 13일 밤 군용기 10여대가 9·19 합의상 비행금지구역 근처까지 위협 비행을 한 데 이어 14일 새벽 미사일 발사와 포병사격을 한 이날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거듭되고, 핵위협이 노골화되면서 지난 30년 동안 이어져온 ‘북핵 외교’가 사실상 막다른 길에 다다른 모습이다. 한·미·일 등이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에 끌어낼 만한 획기적인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현재의 꽉 막힌 상황을 뚫어낼 해법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북은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란 이름으로 자신들의 핵교리를 법제화했다. 법령은 △국가지도부 △국가 중요 전략 대상 등에 대한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됐을 때뿐 아니라 “임박했을” 때에도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 사실상 한국 등에 대한 선제 핵사용의 길을 텄다. 북은 주변국의 불안을 부채질하듯 올해 들어 30발 넘게 각종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전략자산을 동원한 미국의 압박에도 꿈쩍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사 능력을 과시해 상대의 도발을 제어한다는 한·미의 ‘억제’가 통하지 않게 되면서,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불안정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최근 한반도 위기는 1993년 3월 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뒤 30년 동안 이어져온 ‘북핵 외교’가 결국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하고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북의 핵개발을 막으려 △제네바 합의(1994년) △6자 회담(2003~2008년) △북-미 직접 협상(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 세번의 주요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2019년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자신들이 가진 핵심적인 핵 시설인 영변지구를 내주고 2016년 이후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려던 북한의 결단이 무산되면서, 북핵 문제는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결렬 직후인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과 대치는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으며 제재 또한 지속되게 될 것”이라고 실망감을 표한 뒤, 2021년 1월 8차 당대회를 통해 △전술핵 △핵잠수함·수중발사핵전략무기 △다탄두개별유도기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등 무기 개발 계획을 쏟아냈다. 올해 들어선 당시 언급한 무기들을 하나씩 시험하면서 군사적 역량을 입증하는 중이다. 북한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7차 핵실험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전술핵까지 터뜨리면, 한반도 핵위기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이런 위기 속에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16일 외교·국방 차관급 대화 채널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했고, 정부와 여권에선 전술핵 재배치,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 미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 등에 대한 언급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의 절박한 위기를 벗어나려면 작은 오판이 큰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단절된 당국 간 소통 채널을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 이어 북을 다시 협상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3년 전 하노이에서 영변이라는 ‘오른쪽 어깨’를 내놓았는데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협상을 포기하고 핵 능력을 강화하는 길을 택했다. 이 선택을 돌이키려면, 이번엔 한·미·일이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내놓아야 한다. 이때 협상 조건은 하노이 때보다 북한에 어느 정도 유리한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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