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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카타르 ‘무지개 검열’…티셔츠 입고 경기장 가다 “30분 억류”

등록 2022-11-23 09:17수정 2022-11-24 08:44

전 덴마크 총리 헬레 토르닝 슈미트(오른쪽 세번째)가 22일 카타르 도하에서 무지개 빛깔 소매의 옷을 입고 경기를 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전 덴마크 총리 헬레 토르닝 슈미트(오른쪽 세번째)가 22일 카타르 도하에서 무지개 빛깔 소매의 옷을 입고 경기를 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뜻하는 무지개 옷을 입거나 상징물을 부착한 축구 팬들의 입장이 경기장 입장이 거부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카타르에서 월드컵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누구든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공언했음에도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전날 미국과 웨일스의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찾은 일부 팬들은 경기장 요원들로부터 무지개 빛깔 상징물을 드러내 보이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 상징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경기장에 입장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이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으론 무지개 빛깔의 상징물을 갖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 때문에 이 문제를 둘러싼 정확한 원칙이 무엇인지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웨일스 축구선수 출신인 로라 맥앨리스터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기를 보러 갔다가 경기장 요원들로부터 무지개가 그려진 모자는 쓰고 들어갈 수 없다고 제지당했다”며 “그들이 완강하게 막아서 결국 모자를 숨겨서 경기장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미국 축구저술가 그랜트 월도 “무지개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제지당했다”며 “30분 남짓 억류되어 불필요한 곤란을 겪은 뒤 결국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통제는 국제축구연맹이 지난주 월드컵 대회가 열리는 구역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보장한 것과 어긋난다.

경기장 밖에서 무지개 상징을 드러냈다가 곤란을 겪은 경우도 있었다. 축구팬 저스틴 마틴은 무지개 깃발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하다가 제지당했다. 그는 “국제축구연맹 자원봉사자 옷을 입은 사람을 포함한 몇 사람이 다가와 ‘이곳 문화를 존중해 달라’며 무지개 깃발을 안 보이도록 하라고 요구했다”며 “이를 거부하자 흥분해 언성을 높이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국제축구연맹이 유럽 7개 출전팀에 ‘무지개 완장을 착용하고 경기장에 나오면 옐로카드를 주겠다’고 경고한 것과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항상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카타르 도하를 방문한 그는 22일 카타르 외교장관 모함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표현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며 “축구 경기장에서 누구도 이런 가치를 지지하느냐 아니면 팀을 위해 경기해야 하느냐를 놓고 선택을 강요당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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