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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잼버리 잔류 팀, 의지로 버틴다 “예상 밖이고 탈진도 있지만…”

등록 2023-08-06 14:10수정 2023-08-06 22:09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행사에서 지난 4일 참가자들이 영내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행사에서 지난 4일 참가자들이 영내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미국·싱가포르 대표단이 폭염 대처 등 운영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캠핑장을 떠나는 결정을 했지만, 독일·스웨덴·스페인 등 나머지 국가들은 잔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많은 참가자들이 한국의 준비 부족에 아쉬움을 표했다.

5일 2200여명의 참가자를 인솔하는 독일 스카우트 대표단은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누리집에 ‘한국 현 상황에 대한 독일 대표단 성명서’를 내고 “우리는 첫날 예상대로 대회가 진행되지 않음을 확인했지만, 현재 시점에서 영국 등 일부 대표단처럼 잼버리를 떠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대표단은 건강, 위생, 식품 문제 등 부족한 점은 세계 스카우트 조직위원회에 보고하고 있고, 책임자와 도움 인력들이 빠르게 해결책을 찾고 있어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대표단은 “탈진 사례가 있었지만 독일팀은 지금까지 심각한 문제를 겪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하며 이번 캠핑을 계속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필리핀·사우디아라비아·아르헨티나 스카우트 연맹 대표들도 전라북도 부안 새만금 행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일까지 예정된 이번 행사에 잔류 의사를 밝혔다. 스웨덴·스페인·벨기에·프랑스 등도 잔류한다고 밝혔다. 스웨덴 스카우트 대표단은 성명에서 “이곳에 있는 1500명의 스웨덴 청소년들에게 잼버리는 특별한 경험이다. 잼버리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이라며 “참가를 중단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온 16살 블랑카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여동생이 첫날 더위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갔지만, 지금은 회복돼 상태가 좋아졌다”면서 “사람들이 우리에게 찬물과 부채를 주고 그늘이 있는 장소로 들어가게 해줬다”고 말했다. 비비시는 “미국과 영국 팀은 참가자 수천명을 신속히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돈과 자원이 있지만 행사장에 있는 나라들 중 그럴 수 없는 나라도 많다”고 지적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대회를 예정보다 일찍 끝낼 것을 고려하라고 권고했지만, 한국스카우트연맹은 대회를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쿨링버스 추가 배치, 의료 및 환경미화 인력 추가 파견 등 긴급 조처를 할 예정이다. 20여개 기업에서 식수·음료·아이스박스·선풍기 등을 기부했다. 정부의 지원과 자원봉사자들의 활약도 잔류 결정에 한몫했다. 아에프페(AFP)는 ‘수천개 텐트에서 더위에 지친 대원들을 돕기 위해 현지 주민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의 준비 부실 비판만큼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잼버리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비판 댓글이 넘쳐났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는 4년에 한 번 개최되며,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세계적 대확산(팬데믹) 이후 처음 열렸기 때문에 참가자들 기대가 컸다. 올해 행사에는 세계 155개국 4만3천여명의 청소년이 참가했으며, 참가자 대부분은 14~18살이다. 이들 중 700여명은 섭씨 35도에 이르는 폭염으로 인해 탈수 등 온열 질환을 호소하며 의료적 도움을 받아야 했다. 참가자의 15%가량이 새만금 캠프장을 떠났다. 특히, 참가국 중 최대 규모인 4500명이 참가한 영국팀은 5일 서울 여러 호텔로 참가자를 이동시켰다. 방이 부족해 일부는 호텔 연회장에 임시 침구를 깔고 머물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1100여명이 참가한 미국 팀도 평택의 미군 기지로 6일 이동한다.

영국의 부모들은 폭염 때문만이 아니라 시설과 위생 문제 그리고 식사가 불충실한 점을 호소했다. 16살 자녀를 새만금에 보낸 한 영국 여성은 5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스카우트의 좌우명은 ‘준비하라’인데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더위가 정부의 잘못은 아니지만 더위에 대한 계획이 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폭염이 아니라 비를 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6살 자녀를 한국에 보낸 또다른 영국 여성은 “자녀가 샤워실과 화장실이 끔찍하고 안전하지 않다며, 떠다니는 쓰레기와 머리카락에 하수구가 막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지난 5일 세계잼버리스카우트행사가 개최되고 있는 전북 부안 새만금 캠핑장에 영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폭염과 운영 부실로 인해 영국, 미국, 싱가포르 대표단은 이날 철수를 결정했다. AFP 연합뉴스
지난 5일 세계잼버리스카우트행사가 개최되고 있는 전북 부안 새만금 캠핑장에 영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폭염과 운영 부실로 인해 영국, 미국, 싱가포르 대표단은 이날 철수를 결정했다. AFP 연합뉴스

지난 5일 세계잼버리스카우트행사가 개최되고 있는 전북 부안 새만금 캠핑장에서 참가자들이 수돗물을 용기에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5일 세계잼버리스카우트행사가 개최되고 있는 전북 부안 새만금 캠핑장에서 참가자들이 수돗물을 용기에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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