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국 베이징 핑안보험 건물 앞을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중국 보험사 핑안보험에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인 건설사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인수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8일(현지시각)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무원이 두 회사의 본사가 있는 광둥성 정부에 핑안보험으로 하여금 비구이위안의 지분을 인수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핑안보험이 비구이위안의 지분 50% 이상을 인수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핑안보험이 비구이위안의 주인이 된 뒤 단계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비구이위안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핑안보험 쪽과의 논의는 지난 8월 말 시작됐으며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한다.
중국은 기업들이 중앙 정부의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은 구조이다. 다만, 소식통들은 핑안보험이 당국으로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것을 요청받았고, 협상 조건에 대해 재량권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핑안보험은 1988년 설립된 중국 최대보험사로, 보험업과 은행업, 투자, 의료 서비스 등을 하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한때 중국 1위 부동산 회사였으나 지난달 1500만 달러(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이자를 갚지 못해 현재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 2021년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였던 헝다의 유동성 위기가 시작된 이래 다수의 부동산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몰렸지만, 중국 정부가 직접 사태 해결을 위해 개입하는 움직임은 여태껏 드러나지 않았다. 핑안보험이 비구이위안을 인수할 경우,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해 부동산 위기를 해소하려는 첫 시도로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은 비구이위안 채무불이행 사태에 따른 유동성 문제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소식통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융시장 관련 부서가 인수 논의를 주도하고 있고, 국가금융감독관리국도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인수를 부동산 개발업체 경영난 해결의 본보기로 삼으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천 이코노미스트는 “사실이라면 부동산·자본시장에 매우 큰 긍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업 인수나 국유화 등을 통해서만 주택 구매자·투자자의 신뢰를 되돌리고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도에 대해 핑안보험 쪽은 강력하게 부인했다. 비구이위안과 중국 국무원, 광둥성 정부는 반응하지 않았다. 핑안보험은 성명을 통해 “정부로부터 비구이위안 인수를 요청받은 바 없다. 보도 내용을 강력히 부인한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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