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20일 집권 2기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홍콩에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흔들리면서, ‘일국양제’를 거부한 대만으로 홍콩인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사태 이후 시작된 홍콩인의 대만 이주 열풍이 중국의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 움직임과 맞물려 올해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대만 이민당국의 최신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이후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대만에 거주사증을 신청한 홍콩인이 전년 대비 41% 급증한 5858명에 이른다. 영구이주 신청자도 전년 대비 400명 가까이 늘어난 1474명이나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가량 늘어난 600명이 거주사증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둔 1997년과 ‘우산혁명’ 당시인 2014년에도 홍콩에서 대만 이주 열풍이 불었다. <타이베이 타임스>는 “중국 지도부가 지난 21일 홍콩 보안법 제정 의지를 밝힌 직후 홍콩 현지 이민업체를 통한 대만 이주 문의가 평소의 10배나 폭증했다”고 전했다.
대만 이주를 원하는 홍콩인이 늘면서, 대만 부동산 시장에서도 홍콩인이 ‘큰손’으로 떠올랐다. <타이완 뉴스>는 25일 대만 내무부 자료를 따 “2019년 대만에서 부동산을 가장 많이 사들인 외국인 집단은 홍콩인”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홍콩인이 대만에서 사들인 토지는 모두 3만7천㎡(1만1212평)에 이른다. 두번째로 대만 토지를 많이 구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인(3102평)의 4배 규모다. 지난해 홍콩인이 대만에서 구입한 건물도 모두 4만7980평에 이르러, 2위를 기록한 케이맨제도 국적자(2만평)의 2배를 훌쩍 넘겼다.
홍콩에 대해 우호적인 대만의 사회적 분위기도 이주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중국이 홍콩 보안법 제정을 공식화하자, 지난 24일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모든 민주 진영이 지금 이 순간 홍콩과 함께하고 있다.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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