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일본 도쿄에서 주가지수가 표시되는 전광판 앞을 남성 한 명이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하면서 장기금리가 급등하는 등 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아직 본격적 방향 전환은 아니라고 보고 있어, 엔저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1일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에 대한 입찰을 한 결과, 최고 낙찰 수익률이 0.603%이었다고 밝혔다. 2014년 6월 이후 9년만의 최고 수준이었다. 시장에 유통 중인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전날 31일 한때 0.605%까지 상승(국채 가격 하락)해 2014년 6월 이후 9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이후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을 통한 공개시장 조작에 나서 1일에는 0.59%대로 하락(가격 상승)했다.
장기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일본은행이 지난 28일 금융정책회의에서 “장기금리 변동 폭을 이전과 마찬가지로 ±0.5%를 목표로 하지만 장단기 금리조작(YCC)은 보다 유연하게 운영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은행은 국채 무제한 매입을 통한 10년물 국채 수익률 변동 폭을 1%까지는 허용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일본은행은 지난 2016년 9월부터 10년물 국채 무제한 매입을 통해 장기금리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중앙은행들은 보통 단기 금리는 조정하지만 장기 금리에는 개입하지 않는데, 일본은행의 이런 정책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 정부는 이런 이례적 수단까지 동원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통해 저금리와 엔화 가치 약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의 조정 기능이 망가지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를 뼈대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임기(2013년 3월~2023년 4월) 말기였던 지난해 말 장기 금리 변동 폭을 ±0.25%에서 ±0.5% 완화해 한발 물러섰다. 이어 지난 3월 우에다 총재가 취임한 뒤 장기 금리 변동 폭이 다시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그러나, 일본은행 최근 행보가 아베노믹스로부터 본격적인 출구 찾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일본은행은 아직 기준금리를 -0.1%로 하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또 대규모 국채 매입도 이어가고 있다. 우에다 총재도 지난 28일 장기 금리 변동 폭 상향 조정 뒤 “금융정책 정상화로 나아가겠다는 움직임이 아니라 장단기 금리조작의 지속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엔화는 1일 오전 11시29분 기준으로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142.69엔으로 전일 대비 0.52% 가치가 하락하는 등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시장이 (금융)완화 (일부) 수정에 움직이지 않는 배경에는 일본은행의 완화적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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