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편집국 한쪽 구석 내 책상엔 오래전 얻어서 키우는 난이 있다. 마감 뒤엔 언제 물을 주었나 하는 생각에 물 주고도 돌아서면 까먹고 주고 또 주어서 썩을 뻔하고, 장기간 출장 중엔 목말라 힘들어했을 것을 생각하니 마주할 때마다 이 난이 지금까지 겨우 살아 있는 게 아닌가 마음이 불편했다. 때마침 출입처가 외부로 바뀌면서 더 편집국 책상에 두었다간 얼마 못 가서 죽을 것 같아 신문지에 돌돌 말아 품에 안고 난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며칠 뒤 붓과 먹으로 그리지는 못하나, 안방 벽지 배경을 한지 삼아 흑백사진으로 난을 쳐 그동안 미안했던 마음을 달래본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