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 날 새벽녘에 넘어가지 않는 밥 한 숟가락을 겨우 목구멍에 욱여넣고 취재 장비를 챙겨서 이태원으로 향했다. 내가 머물러야 할 위치는 한남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실종자 접수처였다, 한참을 서성거리고 있는데 자식을 실종자로 접수한 어머니가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잘못되었나요?”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짧게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손전화기 넘어 답변에 어머니는 바로 주저앉는다. 남편이 부인의 손을 잡아준다. 자식을 낳은 엄마로서 차마 자신의 아이를 가리켜 ‘죽었냐’라고 묻지 못했다. 아이는 그렇게 엄마 곁을 떠났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