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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인류가 터미네이터를 만나지 않으려면…

등록 2023-06-15 08:19수정 2023-06-15 11:28

무기는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발전된다. 인공지능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인간을 죽이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쌓아 발전될 기미를 보인다. 미리 대비하지 않는다면, 인류 미래는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디스토피아가 될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사용하는 이란산 샤헤드-136 드론이 지난 2022년 10월 키이우 상공에서 선회하고 있다. 사헤드 드론은 원격조정 없이도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 공격하는 형태로 발전중이어서, 자율 살상무기로 가는 단초를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사용하는 이란산 샤헤드-136 드론이 지난 2022년 10월 키이우 상공에서 선회하고 있다. 사헤드 드론은 원격조정 없이도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 공격하는 형태로 발전중이어서, 자율 살상무기로 가는 단초를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틱톡 전쟁’, ’드론 전쟁’이라 불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공지능(AI) 전쟁’이기도 하다.

이 전쟁에서 미국의 지리정보 회사들이 열성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 위성 이미지를 전투에 유용한 정보로 변환시키는 인공지능 도구들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의 빅데이터 분석 회사인 ‘팰런티어’는 병력 이동과 전장에서의 피해 등을 측정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플래닛랩스’, ‘블랙스카이’, ‘맥사’ 등은 전투 상황에 대한 위성 이미지를 생성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당국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3월 ‘클리어뷰 에이아이’의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 사용을 시작해, 사망한 병사, 러시아 공격병 등을 식별하고 있다. 러시아의 무선통신을 분석하는 데 ‘프라이머’ 회사의 인공지능 도구들이 사용된다.

현재 이 전쟁에서 인공지능은 위성 이미지뿐만 아니라 전장 등 민감한 지역에서 소셜미디어 사진과 같은 공개된 데이터들을 포착하고 분석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된다. 컴퓨터 신경망이 동원돼 지상의 사진, 드론이 촬영한 동영상, 위성 이미지들을 결합해 분석한 뒤, 전략·전술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추출한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흑해 기함인 ‘아드미랄 마카로프’가 이런 기술을 활용한 공중·수중 드론의 합동 공격으로 피격됐다.

1970년대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100)는 지난해 12월 <스펙테이터>와 한 회견에서 이 전쟁이 계속되면 인공지능 무기가 투입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半)자율무기들이 이미 사용돼, 인공지능 ‘자율살상무기’의 단초도 엿보인다. 러시아가 사용하는 샤헤드 드론은 떼를 지어서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한편 탐지를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무선 송신을 한다. 최근에는 열을 감지하는 적외선 탐지기를 장착해 목표물을 스스로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개량 중이다. 원격 무선 조종이 없어도 스스로 목표물을 찾는다는 의미여서, 완전 자율로 가는 걸음이다. 무선 조종은 적에게 탐지되는데다, 송신 불량인 ‘잼 현상’을 겪는다. 스스로 목표물을 결정하는 자율무기가 전장에서 점점 선호될 것이 분명하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엄격한 무기 금수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내전에서 2020년에 튀르키예산 카르구 드론이 퇴각하는 병력을 자율적으로 공격했다. 이스라엘의 하피 드론도 입력된 정보와 일치하는 목표물을 찾아 타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러시아의 란체트 미사일도 비슷한 능력을 지녔다. 중국의 드론 헬기인 ‘쯔옌 블로피시 A3’도 자율 구동 기능이 있다.

국제사회는 2010년대 초반부터 자율살상무기 규제를 논의했으나, 진전이 없다. 2014년 제네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 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오히려 자율무기가 부수적 피해를 줄인다는 이점을 내세워 자율무기 금지 다자간 회의를 막았다. 중국과 영국은 자율무기를 반대하고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자율무기에 대한 정의를 계속 바꾸면서 그 다짐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본격적인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지피티 출시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이제 인공지능 자율무기 우려가 커졌다. 이에 미국은 지난 2월 ‘자율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사용에 대한 정치적 선언 프레임워크 합의’를 발표해, 인간의 핵무기 사용 통제 유지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무기 개발 규제 논의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된 가장 큰 난관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규제를 지키지 않고 오히려 미국을 따라잡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불신이다. 챗지피티 개발 회사인 오픈에이아이의 이사인 헬렌 토너 조지타운대 안보신흥기술센터 소장 등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포린 어페어스>에 쓴 ‘중국 인공지능 기량에 대한 환상’이라는 기고에서 “중국의 인공지능 개발 역량이 아직 보잘것없고, 검열 체제 등이 인공지능 개발을 막고 있다”며 “지금 인공지능 무기 규제를 하는 것이 중국의 능력을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에서 인공지능은 화약과 핵에 이은 게임체인저이다. 미국 저명 작가인 로버트 라이트는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2차대전 직후 (냉전의 시작을 알린) 미 외교관 조지 케넌의 소련 봉쇄 정책처럼 인공지능에 직면한 미국과 인류는 지정학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 대상은 중국이고, 대결이 아니라 관여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무기 규제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상 등 현명한 국제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도 이를 명분으로 협상과 관여의 테이블에 끌어들일 수 있다. 무기는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발전된다. 인공지능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인간을 죽이면서 방대한 살상 데이터를 쌓아 관련 기능을 더욱 발전시킬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리 대비하지 않는다면, 인류 미래는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디스토피아가 될지도 모른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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