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항상 뵙는, 여든을 훌쩍 넘긴 할머니가 있다. 텃밭에서 키운 채소들로 아침 6시35분께 좌판을 여신다. 보자기를 풀어내자 대파와 잔뿌리에 묻어온 흙에서 나는 내음이 향기롭다. 인사를 건네자 할머니는 “더위가 빨리 물러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할머니 옆 은행나무 잎이 아직 파랬다. 노랑 은행잎을 상상하며 어서 가을이 오길 바랐다. 그리고 보니 내일이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구나.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