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동네 공원을 걷는데, 한 중년이 그네 의자에 앉아 먼발치를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뒷모습이 요즘 들어 외로운 나를 보는 듯했다. 순간 옆구리에 있던 수동 사진기를 꺼냈지만, 아차! 노출을 과다하게 찍고 말았다. 며칠 뒤 그 장면을 지울까 하다가 가만히 바라보니 왠지 화사하고 따듯해 보였다. 요즘처럼 추운 계절에 실수로 찍힌 사진이 스스로 용서가 되었다. 이게 ‘자뻑’일 것이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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