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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4차 핵실험, 막을 수 있었는데 / 이성원

등록 2016-02-01 18:59수정 2016-02-01 19:00

지난해 8·25 합의 이후 우리가 지혜롭게 잘 대처했다면 지난 1월6일 북한의 4차 핵시험은 막을 수 있었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단초도 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8·25 합의 6개항 중 4개항(유감 표명, 확성기 방송 중지, 준전시상태 해제, 이산가족 상봉)은 그런대로 잘 이행되었지만 나머지 2개항, 즉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 활성화와 당국회담의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 한마디로 북한은 합의 이행에 대한 우리 쪽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고 대화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자신들의 존재감 과시를 위해 핵시험을 강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8·25 합의 이후 민간의 다양한 분야에서 분출된 교류 요구를 우리 정부가 제한하는 모습(방북인사 선별 제한, 방북에 상응하는 북한 쪽의 방남 요구 등 기계적 상호주의 적용)에서 우리 쪽의 남북관계 복원 의지에 의심을 품으면서, 12월11일 차관급 당국회담에서 최종적으로 우리의 진정성을 시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한 대표단의 ‘금강산 관광 재개를 확약해야 다른 사안의 논의가 가능하다’는 한 치 양보 없는 일관된 주장은 나름대로 저들의 의중을 내보이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관계 복원의 의지가 있다면 변화된 태도를 보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몰수·압류된 금강산 지역 재산 문제 등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어 실무 차원의 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북한 쪽은 근본적으로 우리 쪽 의지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고, 그 결과 초강수인 핵실험을 선택한 것 같다.

현재 논의 중인 유엔 제재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중국 쪽의 전폭적이고 획기적인 제재 참여(원유·식량 공급 중단 등)가 필수적이나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 내용의 제재는 중국의 국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대안세력이 없는 현 북한 권력체제에 불안정을 야기시켜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이유가 없고, 더욱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에 순순히 따르면서 북중관계를 해칠 중국이 아니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안의 본질을 봐야 한다. 핵을 가지고 위험하게 게임을 즐기는 비이성적이고 사악한 존재로 북한 정권을 보아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압박과 제재, 전략적 무시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겠다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

지난 8년간의 경험이 이를 반증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핵을 머리 위에 두고 살 수 없는 것과 같이 북한도 자신들 체제가 붕괴되고 흡수될 위험을 안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결국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면 자신들이 핵 없이도 안전하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신뢰는 상대와의 만남, 대화, 그리고 인정을 바탕으로 생겨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좀더 큰 국익을 생각하면서, 정치적 명분을 접고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청년실업 등 암울한 국내 경제의 회생 돌파구도 북한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사 파견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이성원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부원장
이성원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부원장
금강산 관광 재개만이 아니라 완전한 남북관계의 복원, 그리고 북한 핵 문제가 국제 문제이기는 하나 우리가 의제를 선점하고 주도적 노력으로 해결해나갈 방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적이면서도 함께 살아야 할 동포라는 사실, 북한 문제, 아니 모든 인간사 관계 문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성원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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