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은 가고 새것이 온다.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바뀌는 세상이다. 몇달 사이 아파트가 들어서고 며칠 사이 오피스텔이 우뚝 서는 세상. 그나마 남아 있는 서울 공덕동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밑동만 남은 검은 물체가 눈에 띈다. 바로 옆에 선 시멘트 전신주로 미루어 예전에 나무전봇대였다가 새것에 밀려 잘려나갔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곳에 터를 잡고 가을이 오는 줄도 모르고 새싹을 내는 초록도 대견하지만 파내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사는 골목 사람들의 마음이 읽혀서 더 좋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