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내려앉은 들판은 금빛이었습니다. 계절이 두 번 바뀌고서야 할머니와 손자는 만났습니다. 기계가 못다 캔 고구마밭으로 소풍을 나와, 둘은 연신 호미로 땅을 헤쳤습니다. 이내 보드라운 흙더미 속에서 아이의 주먹보다 큰 고구마가 올라옵니다. 작년 월척의 손맛을 느낀 아이는 올해도 가길 원했으나,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잘 다녀왔지만, 내년에는 마스크를 벗고 환한 얼굴을 볼 수 있는 이전의 풍경을 그려봅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