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우주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1일, 두번째 발사 만에 임무 달성에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자체 힘으로 실용급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1990년대 초 연구개발에 나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시피 한 30년 노력 끝에 거둔 대단한 쾌거다. 앞에서 기술 개발을 선도한 이나 뒤에서 묵묵히 이를 뒷받침한 이들 모두 공로자다. 이제 민간까지 앞다퉈 우주 개발에 나서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당당히 동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누리호는 이날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875초 만에 성능검증위성을, 다시 70초 뒤에 위성 모사체를 고도 700㎞ 궤도에 초속 7.5㎞로 투입함으로써 임무를 차질 없이 완수했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21일 1차 발사에서 고도 700㎞에 도달하고도 위성 모사체가 목표 궤도에 조금 못 미쳐 ‘절반의 성공’에 그친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랬다. 이번엔 강풍과 산화제탱크 레벨센서 이상으로 두차례 발사가 연기된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번 성공은 1차 발사 때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한 데 그치지 않는다. 위성 모사체뿐 아니라 성능검증위성을 탑재했다. 성능검증위성에는 우주핵심기술 검증을 위한 3개의 탑재체와 국내 대학들이 제작한 큐브위성 4개가 장착됐다. ‘일보후퇴 이보전진’의 계기로 삼은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우주 기술 연구개발 과정에서 숱한 시련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일관되게 보여준 모습이다. 또한 이 분야 후발주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동력이기도 하다.
우리 앞에는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확인된 발사체 기술을 더욱 고도화할 뿐 아니라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발주자 국가들이 화성에까지 탐사선을 보내고, 민간기업들이 우주여행 사업을 벌이는 이른바 ‘뉴 스페이스’ 시대로 진입한 상태다.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할 뿐 아니라 경제성까지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윤석열 정부가 ‘항공우주청’ 설치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항공우주청이 정치 논리 등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 목표를 수립해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하고,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기 위한 다양한 정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