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3일 수중 드론 방식의 핵어뢰 ‘핵 무인 수중공격정'을 폭발시켰다고 24일 공개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어뢰 옆에서 웃고 있는 모습, 뒤쪽에 핵어뢰 설계도로 추정되는 도면이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주 막을 내린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 기간 동안 북한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부터 핵어뢰까지 핵 탑재가 가능한 신무기들을 잇따라 공개하며 ‘핵 실전 능력'을 과시했다. 북한이 한·미의 확장억제를 무력화할 다양한 발사 수단을 개발해 핵 위협을 고조시키고 한·미는 대규모 훈련으로 맞서면서, 한반도의 긴장 고조와 군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위태로워지고 있다.
지난 13~23일 진행된 한·미 연합연습에 대응해 북한은 신형 전략무기들을 대거 공개했다.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을 시작으로 19일과 22일에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순항미사일을 목표지점 상공 600~800m에서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핵탄두의 공중폭발은 살상 반경을 극대화하려는 것인데, 2차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폭발 고도가 570m였다고 한다. 21~23일에는 수중 드론 형태의 핵 어뢰로 보이는 ‘핵 무인 수중공격정'에서 수중폭발 시험 등을 했다고 공개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아직 소형 핵탄두를 미사일 등에 탑재해 실전배치한 상태는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한·미의 탐지·타격·요격을 피해 다양한 방식으로 핵무기를 발사할 능력을 급속도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과거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 기간 중 정면 군사 행동을 피했지만, 지난해 9월 핵 무력을 법제화한 이후부터는 강하게 맞대응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 한·미·일이 군사적 대응 수위를 더욱 높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은 끝났지만 한·미 해군·해병대는 사단급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다음달 3일까지 계속한다. 한·미는 올해 한-미 동맹과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오는 6월 첨단 전력이 대거 참가하는 ‘연합합동화력격멸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 핵 위협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다.
한반도 상황은 동아시아 전체의 군비 경쟁과도 맞물리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5일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가팔라지자 불안감을 느낀 아시아 국가들이 앞다퉈 군사력 증강에 나서면서 2차대전 이후 최고 수준의 군비 경쟁으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전세계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5%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북한을 제외하고도 27.7%로 급등했다. 공포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