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사진), 26일 경북 성주군 성주농산문공판장을 찾아 참외를 맛보고 있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연일 회를 먹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엔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가 팀을 나눠 수산물 시장으로 달려가 ‘먹방’을 찍더니, 26일에도 “오염수 방류가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며 일본 정부 방침을 일방적으로 두둔하고 나섰다. 마치 ‘후쿠시마 오염수 홍보단’ 같다. 그사이 일본은 오염수 방류를 위한 해저터널 공사를 거의 끝내고 28일 최종점검을 남겨놓았다.
우리 국민 다수가 일본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드러난다. 대부분 80% 이상이다. 괴담이나 미신 때문이 아니다. 아직 오염수 방류 전인데도 국민들이 횟집을 찾지 않는 건 수십년간 이어질 오염수 방류가 미칠 불확실성이 커 그만큼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믿음’을 강조하며 집권여당이 회 먹방이나 벌이고 있다니, 참으로 천박하고 한가하다. 그런다고 국민 불안이 가라앉겠는가. 실제 오염수 방류가 이뤄지면 국민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정상들의 지지성명을 끌어내려 했으나 실패했다. 어느 나라도 선뜻 일본 정부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안전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고, 굳이 일본 편을 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여당만 일본 정부보다 더 열심히 오염수 안전과 방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다. 일본과 관계 정상화에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일본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해주는 모습이다. 이날도 박구연 국무1차장이 일일브리핑을 자청해 “방류 결정 자체를 되돌리려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입장과 똑같이 방류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은 수산시장 집단 먹방에 이어 이날도 ‘사드’로 인한 참외 오염 우려가 제기됐던 경북 성주 농가까지 내려가 ‘괴담 공세’를 이어갔다. 반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검증특별위원회’를 이달 안 국회에 만들기로 한 야당과의 합의는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가 아직 안 나왔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다. 천일염 사재기, 수산물 소비 급감 등에도 정작 방류하려는 일본은 제쳐두고 모두 ‘야당 때문’이라 한다.
지금처럼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선 오염수를 졸속 방류해선 안 된다. 정부·여당이 진정으로 국민 불안과 소상공인 고통을 직시한다면, 먹방쇼나 괴담몰이를 할 게 아니다. 일본 국익 아닌 한국 국익을 위해 일본에 오염수 방류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