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연일 문재인 정부에서 경북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지연된 이유를 감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기현 대표가 지난 26일 “윤석열 정부는 1년 만에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는데 문재인 정권에서는 왜 5년 동안이나 뭉갠 것인지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고,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27일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해야 한다”고 한술 더 떴다.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전자파 영향이 거의 없다’는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감사·수사를 압박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부정적이던 문재인 정부가 무해성 평가가 나오면 사드 반대 여론에 타격이 갈까 봐 일부러 환경영향평가를 늦춘 게 아닌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볼 법한 극우 음모론을 집권여당 지도부가 앵무새처럼 받아 읽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주민 반대, 미군의 사업계획서 제출 지연 등으로 환경영향평가 평가협의회를 구성하지 못해 평가 자체가 지연됐다는 건 현 정부 국방부와 환경부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지난 23일 국방부·환경부 장관이 직접 김 대표에게 이런 점을 설명했지만, 김 대표는 일축했다고 한다. 오히려 이 정부에서 단기간에 해냈다는 환경영향평가야말로 사드 레이다 수치 측정 모드도 군사기밀이라며 비공개하고, 평가협의회에 참여한 ‘주민 대표’가 누구인지도 비밀로 하는 등 기본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여당이 감사·수사 목소리를 높이는 건 최근 잇따른 민생 실책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에 대한 국민 불안과 불만을 물타기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걸 모를 사람이 없다. 이를 통해 전 정권을 향한 사정정국을 형성해 총선까지 몰아붙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듯하다. 이 정권 들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필두로 매사 이런 식이다. 지난 26일에도 대통령의 무책임한 수능 개입 발언이 논란을 빚자, 대통령실은 실체도 불분명한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지목하고 “사법적 조치”를 경고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 목소리에도 ‘허위사실 유포’로 몰아세우며 “사법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모든 사안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고, ‘정권의 사냥개’가 된 검찰과 감사원을 동원하고, 비판 목소리에도 수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민 삶에 대한 무능과 무책임을 이 방식으로는 더 이상 가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