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홍콩 시민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국제사회와 홍콩 시민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28일 결국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중국이 홍콩을 반환받을 때 약속한 ‘일국양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이날 통과한 보안법 권고안 초안은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에 공안기관을 세워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할 수 있게 했다. 조만간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입법을 완료해 시행할 예정이다. 전인대 심의에서 ‘국가 안전을 위해하는 행위’까지 예방·금지·처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단순 시위자나 정부에 대한 비판까지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년 전 범죄인을 중국으로 인도할 수 있는 송환법 추진에 반대해 홍콩 시민 200만명이 시위에 나서 법안을 철회시켰다. 중국 당국은 이런 홍콩의 민심을 외면하고 송환법보다 훨씬 강력한 보안법을 통해 홍콩에 대한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통제에 나선 것이다. 미국 정부는 27일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게 됐다며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과 대중국 제재를 예고했다. 이런 조처가 취해지면 ‘아시아의 금융 허브’ 격인 홍콩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이날 미국 하원은 중국 당국이 위구르인 등 소수민족 100만명 이상을 ‘재교육 캠프’란 명목으로 수용소에 수감하는 인권 탄압을 저질렀다며 관련자들을 제재하는 ‘위구르 인권정책 법안’도 통과시켰다.
미-중 신냉전의 불길이 기술 패권, 코로나 책임론에서 인권 분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전환을 선언했고, 중국도 이에 정면 대결로 대응하면서 이전과 다른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구축하자며 미국 편에 설 것을 요구한다. 중국 역시 경제 보복 카드 등을 내세워 국제사회의 비판을 잠재우려 한다. 미·중의 이러한 ‘무리한 편가르기’ 속에서 우리 정부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사안별로 분명한 원칙을 정해 어느 쪽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으면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민주화 노력과 소수자에 대한 탄압에는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