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서울시 마포구 한 식당에서 처럼회 소속 의원들과 오찬을 마친 뒤 식당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강경파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야당 탄압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청취했다. 오는 28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당내 스킨십을 늘려온 이 대표가 핵심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며 ‘단일대오’를 꾀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처럼회 소속 의원 10여명과 오찬을 함께하며 당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검찰개혁 연구모임으로 발족해 당내 강경파 여론을 대변해온 처럼회는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다수 소속돼 있다. 이날 오찬에는 박찬대·장경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도 함께 참석했다.
처럼회 의원들은 이날 오찬에서 ‘검찰의 야당 탄압에 적극 대응하라’는 ‘설 민심’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처럼회 소속인 민병덕 의원은 오찬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탄압받고 있는데 검찰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여기에 대해 민주당의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위기에서 민주당이 역할을 해달라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정적 제거’이며 ‘야당 탄압’이라는 이 대표의 인식과 일치하는 모양새다. 처럼회 소속 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검찰 출석과 관련된 직접적인 이야기는 없었지만 야당 탄압에 민주당이 좀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전달됐다”며 “이 대표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조언을 주의 깊게 들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최근 당내 인사들과의 스킨십을 부쩍 늘리며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설을 앞둔 지난주에는 비이재명계를 포함한 당 소속 의원, 원외 위원장들에게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자’며 직접 전화를 돌렸고, 21일에는 권리당원들에게 설 명절 문자메시지를 보내 “민주당은 하나 된 힘으로 야당 탄압에 결연히 맞서면서도, 국민의 오늘을 지키고 나라의 내일을 바꿀 책무를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직전에 ‘검찰개혁 강경파’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을 한데 모은 데에는 지지자들을 향한 모종의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강성 지지자들의 견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처럼회 오찬이 정치 행위가 아니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개별 의원이 아닌 ‘처럼회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검찰이 적이고, 분열은 공멸’이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단일대오’ 기조와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나갈 때 의원들을 대동하지 않겠다는 이 대표의 방침도 거듭 확인됐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변호인 한분 대동하고 가시겠다고 망원시장에서도 말하고 오늘 최고위에서도 말했다. (이 대표의 의사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민병덕 의원도 “검찰 출석 관련해서 대표님이 쉬는 날 본인이 가시겠다고 하셨고, 저희(처럼회)는 그걸 존중한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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