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현안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대선 패배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며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추가 조사 요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당이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고 장외집회 등을 예고하며 대여투쟁의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 거듭 응하는 방식으로 사정정국을 돌파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검찰의 추가 소환 요구는)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제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대선의) 패자로서 (검찰이)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저의 부족함으로 선거에서 패배했고 패배로 인해서 우리 사회 각 분야가 퇴보하고 국민들께서 겪는 고통이 너무 크다”며 “우리 국민들께서 겪는 고통이나, 우리 사회가 과거로 퇴보하면서 받게 되는 엄청난 피해에 비한다면 제가 승자의 발길질을 당하고 밟힌다 한들, 우리 국민들의 고통에 비교하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28일 이 대표를 소환조사한 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 대표 쪽은 한 차례만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조사 당일 검찰청에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말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한다. 마음 아프시더라도 절대로 오지 마시라”며 “이게 갈등과 분열의 소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다”고 했다. 지난 28일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했을 때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성환 정책위의장, 조정식 사무총장, 박찬대·서영교·장경태·정청래 최고위원 등 지도부·당직자뿐만 아니라 강민정·권인숙·김용민·양이원영·이해식·주철현 의원 등도 동행했다. 이 대표는 지지자를 향해서도 “엄동설한, 유난히 추운 그날 새벽부터 아니 전날부터 밤새고 조사가 끝나는 그 늦은 시각까지 (기다리며 지지자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기가 너무 안타깝다. 변호사하고 갈 테니까 그 추운날 너무 고통받지 마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정치 권력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검찰 일부의 목표가 된 게 아니냐”며 검찰의 수사행태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결국 이 사건은 기소가 된다”며 “기소하기 위해 명분을 만드는 중이고, 어떤 해명을 하더라도 기소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 설명을 깨기 위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추가 소환에 목표를 두고 지난 28일 조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했다며 “모욕을 주기 위해, 국민적 의구심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치 행위를 한 것”이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완벽하게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란 전망에 대해서도 직접 반박했다. 이 대표는 “혐의에 대한 증거도 없고, 도망을 갈 것도 아니고, 증거를 인멸하려야 할 수도 없는 상태인데 뭐 때문에 체포 대상이 된다는 건지 이해가 도저히 안 된다”며 “야당 대표이기 때문에 그런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시대에도 반역죄를 물으려면 고문해서 자백을 받든지 증거를 만들었다”며 “하지만 지금의 검찰은 증거도 필요없이 그냥 ‘그런 소문이 있다’는 게 기소의 이유가 된다”고 비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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