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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의 무례…‘김영남 빼고 악수’ 환영식 곧바로 퇴장

등록 2018-02-09 21:16수정 2018-02-09 23:33

문 대통령 주재 사전 환영 리셉션

펜스·아베 10분 넘겨 행사장 도착
입장 않고 다른 방에서 둘 기념촬영
환영사 마친 문 대통령 나가서 영접

헤드테이블 다가가 자리 앉지 않고
김영남 빼고 정상들과 악수 뒤 나가

외교결례 무릅쓴 리셉션 약속 파기
당황한 청와대 파장 줄이기 안간힘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 내 개·폐막식장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 내 개·폐막식장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평창겨울올림픽 사전 환영 리셉션에 사실상 불참했다. 펜스 부통령의 불참 탓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첫 북-미 정상급 만남도 무산됐다. 미리 조율된 정상급 인사들의 공식 행사에서 돌출 행동을 한 펜스 부통령의 처신은 외교적 상식을 벗어난 결례로 평가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이 만나고, 향후 북-미 대화로 연결하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도 난관에 부닥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외국 정상급 인사와 배우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국내외 주요 인사 200여명을 초청해 사전 리셉션을 열었다. 문 대통령 부부가 앉은 원형의 주빈석(헤드 테이블)에는 김영남 위원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를 비롯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한정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부부,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부부, 구테흐스 사무총장 등 12명이 앉을 예정이었다. 펜스 부통령의 자리는 문 대통령의 왼쪽 첫째, 김 위원장의 자리는 문 대통령의 오른쪽 넷째에 배치됐다.

리셉션에 앞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오후 5시17분께부터 행사장 앞에서 바흐 국제올림픽위 위원장 부부를 시작으로 간단한 인사와 기념사진을 찍으며 외빈들을 맞았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리셉션 시작 시각(오후 6시)을 10분이나 넘겨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장 안에서 기다리는 다른 정상들이 있는 까닭에 별도의 사진촬영 없이 6시11분께 리셉션장에 입장해 환영사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이 아니었다면 한자리에 있기 어려웠을 분들도 있지만, 우리가 함께하고 있고 함께 선수들을 응원하며 미래를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세계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소중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환영사를 마칠 때까지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는 입장하지 않은 채 별도의 방에서 두 사람만 따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환영사를 마친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이 대기하고 있던 방으로 가 한·미·일 3자 사진촬영을 했다. 세 사람은 6시39분께 나란히 리셉션장으로 입장했고, 이때까지만 해도 원만하게 행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주빈석에 앉지 않은 채 김영남 위원장을 뺀 나머지 정상들과 악수를 한 뒤 6시44분께 행사장 밖으로 바로 퇴장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펜스 부통령의 돌출 행동에 외교적 파장을 줄이려는 듯 “펜스 부통령은 미국 선수단과 6시30분 저녁약속이 돼 있었고 사전 고지가 된 상태였다. 테이블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며 “포토세션에 참석한 뒤 바로 빠질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이 ‘친구들은 보고 가시라’고 해 리셉션장에 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펜스 부통령은 일정 협의 과정에서부터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쪽은 “헤드 테이블 좌석 배치에 관해 북·미 양쪽의 양해를 받았다”며 펜스 부통령이 리셉션에 참가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이 한자리에 앉는 것만도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만찬이 시작되기 전 헤드 테이블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아메리카’라는 명찰이 올려져 있었다. 결국 펜스 부통령이 돌발적으로 리셉션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이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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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부통령의 돌발 행동은 김영남 위원장과의 ‘합석’에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남북 대화에 이은 북-미 대화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리셉션 참석 약속 파기라는 외교적 무례를 무릅쓴 채 노골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전날 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미국은 북한이 영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북한 핵무기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그날까지 미국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한 전 일본에서 아베 총리와 한 정상회담에서도 “곧 북한에 가장 강력하고 공격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런 태도는 향후 북-미 대화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평창 평화올림픽 개최→남북 대화 확대→북-미 대화→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지는 문 대통령의 구상도 녹록잖은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펜스 부통령의 행동은 향후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에 대한 메시지로 풀이된다”며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북-미 대화로 이어지는 길이 험난해 보인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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