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8일 “공화국 핵무력 강화에서 중대한 이정표로 되는 역사적인 중요 전략무기 시험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서 나오셨다”고 19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총비서 옆 흰색 윗옷을 입은 이가 김정은·리설주 부부의 딸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적들의 침략전쟁연습 광기에 초강경 보복 의지를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며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19일 <노동신문>이 1~3면에 펼쳐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18일 평양국제비행장(순안비행장)에서 발사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무기체계의 신뢰성과 운용 믿음성을 검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으며 “최대 정점 고도 6040.9km까지 상승하며 거리 999.2km를 4132s(68분92초)간 비행해 조선동해 공해상의 예정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합참)는 18일 “비행거리 약 1000㎞, 고도 약 6100㎞, 속도 약 마하22(음속의 22배)”라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미제국주의자들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와 전쟁연습에 집념하면서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사적 허세를 부리면 부릴수록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 총비서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위협이 로골화되고 있는 위험천만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압도적인 핵억제력 제고의 실질적 가속화를 더 긴절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핵전략무기들을 끊임없이 확대강화해 나갈 데 대한 당의 국방건설전략을 다시금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18일 평양국제비행장(순안비행장)에서 이뤄진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총비서의 ‘화성포-17형’ 시험발사 현지지도는,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 반발하며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던 최선희 외무상의 담화(17일)가 김 총비서의 ‘의지’를 담은 것이자 ‘빈말’이 아님을 ‘직접 행동’으로 확인한 것이다.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은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방문(10월17일) 이후 32일 만이다.
다만 김 총비서가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하며 “저들의 안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을 재고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더욱 명백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성을 피력”했다는 <노동신문>의 보도는 곱씹어볼 대목이다. 문맥상 한국과 미국에 군사력과 대결 의지를 시위하는 ‘강 대 강’ 갈등보다 대화와 협상 쪽으로 정세의 흐름을 바꿀 방법을 모색해보라는 얘기로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 총비서가 입에 올린 한·미(+일)의 “현명한 선택”이라는 게 김 총비서가 태도 변화의 잣대로 거듭 강조해온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곧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전략무기 한반도 주변 전개 중단을 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이 당장은 선택할 가능성이 낮다.
더구나 한미와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추가 제재 결의 문제 등을 놓고 앞으로 갈등 강도를 더욱 높일 위험이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북쪽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 지시한 터다. 유엔 안보리가 추가 제재 결의를 채택한다면 북쪽은 추가 군사행동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도 한반도 정세 전개에 중요한 변수다.
18일 평양국제비행장(순안비행장)에서 이뤄진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발사 ‘성공’ 확인 직후 조용원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등 고위 관부들이 환호하는 모습. 사진 맨 오른쪽에 울부짖는 듯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의 모습이 포착됐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편, 김 총비서는 ”역사적인 중요 전략무기 시험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셨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 총비서가 미사일 발사를 현지지도하며 리설주 여사와 동행한 선례는 여럿 있지만, 딸을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총비서의 딸 모습이 북한 매체에 보도된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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