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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들끓는 해병대 예비역…“후배 못 지킨 죄책감에 모욕감까지”

등록 2023-09-07 10:46수정 2023-09-08 12:58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으로 출석하던 중 해병대 예비역 동기생과 마주 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으로 출석하던 중 해병대 예비역 동기생과 마주 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가운데 7일 박 대령의 동기인 김태성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회장은 “(전우들 사이에서)내가 욕먹고 있다. 내가 모욕을 당하고 있다는 그런 불쾌감으로 번지고 있다”며 예비역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 회장은 이날 엠비시(MBC) 라디오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5일 발표된 해병대 전우회 2차 입장문 발표를 계기로 적지 않은 해병 전우들의 불만이 폭발된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병대전우회는 5일 ‘해병대 명예와 전통을 더 이상 무너뜨리지 마라’는 제목의 2차 입장문을 냈지만, 전우회 누리집 게시판에는 ‘입장문이 무엇이 문제이고 누구의 책임인지 적시하지 않았다’며 반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김 회장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이 불거지고, 박 대령이 항명 등의 혐의로 수사받는 상황에 예비역들이 모욕감을 느끼며 이러한 반발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우들에게) 동생뻘 심지어 아들뻘 되는 어린 해병의 순직이 발생한 데 대해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저변에 깔려 있다”며 “49재가 지났는데 이 시점까지 책임자 처벌은 고사하고 책임자 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했던 박정훈 대령은 지금 오히려 항명죄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 전우뿐만 아니라 상당한 수의 국민들에게도 진정한 해병대 장교, 참군인, 이런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그걸 자꾸 욕되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다. 마치 그런 상황들이 내가 욕먹고 있다. 내가 모욕을 당하고 있다는 그런 불쾌감으로 번지고 있고, 그런 느낌들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예비역들의 반발 원인을 짚었다.

8월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해병대사관 제81기 동기회가 연 ‘채 모 상병 순직 원인 공정수사 촉구를 위한 해병대 행동’에서 김태성 동기회장이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해병대사관 제81기 동기회가 연 ‘채 모 상병 순직 원인 공정수사 촉구를 위한 해병대 행동’에서 김태성 동기회장이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전우회의 2차 입장문에 담긴 “100만 예비역들은 해병대의 명예회복과 위기극복을 위해 불필요한 언행을 자제해 주길 당부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내가 누군가한테 길을 가다가 갑자기 얻어맞았는데 ‘내가 왜 맞았습니까’ ‘저를 왜 때리셨습니까’라고 말 한마디 못한다는 건 그 누가 봐도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박 대령이 군사법원이나 군 검찰 등에 출석할 때마다 동기들이 옆에 함께하는 이유에 대해 김 회장은 “해병대 전우이기 때문에, 동기이기 때문에 느끼는 책임감, 의무감”이라고 답했다. ‘해병대의 명예’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에도 그는 “박정훈 대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바로 해병 정신이고 해병대의 명예다”고 했다.

앞서 채 상병은 지난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 대령은 같은달 30일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비롯한 지휘부 8명에게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한 조사보고서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 지난달 2일 경찰에 이첩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즉시 보고서를 회수하고 박 대령을 보직 해임했다. 이에 박 대령은 사단장과 여단장을 뺀 대대장 이하로 과실치사 혐의를 한정하라는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임 사단장을 혐의 대상에서 빼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고 박 대령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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