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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북, 왜 핵무기 매뉴얼 5가지 못박았나…“억지력 키우려는 듯”

등록 2022-09-12 17:16수정 2022-09-14 14:16

북 핵무력정책법 통과…김정은 “핵 절대 포기할 수 없어”
11개조 23개항…핵무기 사용 5대 조건 명시
“핵무력 질량적 갱신”…7차 핵실험 관측 여전
핵·경제 병진노선 복귀 선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7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7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핵무기 구성과 지휘통제 체제, 사용 원칙과 조건 등을 명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이하 핵무력정책법)를 최고인민회의(국회 격) 법령으로 채택했다. 이른바 ‘핵무기 사용 교리’를 선명하게 명시해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이자,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복귀했음을 알리는 대내외적 선언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 회의에서 핵무력정책법이 통과된 직후 한 시정연설에서 “전체 조선 인민의 총의에 의해 국가핵무력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한 것은 국가방위수단으로서 전쟁억지력을 법적으로 가지게 되었음을 내외에 선포한 특기할 사변”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노리는 목적은 우리 정권을 붕괴시켜버리자는 것”이라며 “미국이 조성해놓은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형세 하에서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모두 11개조 23개항으로 이뤄진 핵무력정책법은 “핵무력은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3조1항)고 규정하고, ‘국가핵무력지휘기구’를 신설해 국무위원장을 보좌(3조2항)하도록 했다. 또 6조에선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 지도부와 핵무력 지휘기구에 대한 핵 및 비핵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핵무기 사용 조건 5가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외교안보 소식통은 “미국을 제외한 핵보유국 대부분이 특정 상황에서 선택의 제약을 피하기 위해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 최대한 모호성을 유지한다”며 “북한은 오히려 핵 교리를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해 억지효과를 키우려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특히 핵무력정책법 9조1항은 “외부의 핵위협과 국제적인 핵무력 태세 변화를 항시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상응하게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갱신, 강화한다”고 규정했다.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중국의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 북한이 언제든 7차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1주일 앞두고 “승리 속에 결속됐다”고 밝혔던 핵·경제 병진노선도 완연히 부활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사회주의의 줄기찬 발전과 번영을 이루는데서 어떠한 침략위협도 통할 수 없는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차대하고 사활적인 요구”라며 “이를 실현하자면 적들을 압승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제적 여건 개선을 위해 외교적 협상에 나섰다면, 이젠 경제적 여건 개선을 위해서라도 핵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논리가 바뀌었다”며 “경제 건설에 총력을 다하기로 전략적 노선을 전환했지만 북-미 관계 개선이란 외적 조건이 충족이 안된 탓에 병진노선 복귀를 선언한 모양새”라고 짚었다.

앞서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2013년 4월1일 열린 12기 7차 회의에서 10개조로 구성된 ‘자위적 핵 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핵보유법)란 법령을 채택한 바 있다. 전날 열린 제23차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의 법적 근거였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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