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대 대선을 엿새 앞두고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정권교체’의 대표주자가 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단일화 혹은 양자 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는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1~2일 조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심상정 정의당 후보 가상 3자대결에서 윤 후보는 42.5%, 이 후보는 42.2%로 초접전을 기록했다. 심 후보는 7.3%였다. 안 후보 지지자들은 3자 대결 때 윤 후보 쪽으로 26.8% 이동한 반면, 이 후보 쪽으로 36.9%로 더 많이 이동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윤 후보는 45.9%, 이 후보는 45%로 박빙이었다. 안 후보 지지자의 29.5%가 윤 후보 쪽으로, 25.2%가 이 후보 쪽으로 유입됐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한국경제> 의뢰로 같은 기간 후보 단일화를 가정해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 후보는 48.9%, 이 후보는 4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 격차는 오차범위(±3.1% 포인트) 안이었다. 이 조사에서는 안 후보 지지층의 44.9%가 윤 후보에게, 25.1%는 이 후보에게 옮겨갔다.
다만, <중앙일보>가 3일 발표한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보수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면 47.4%의 지지를 얻어 41.5%를 얻은 이 후보를 오차범위(±2.2% 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윤 후보의 우세 속에서도 안 후보 지지자의 31.2%가 이 후보에게로, 29.2%가 윤 후보에게로 이동했다.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의 3자 가상대결에서도 ‘안철수 지지표’의 이동 성향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의원회 누리집 참고.)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안 후보 지지층이 윤 후보 지지와 이 후보 지지, 기권 등으로 3분될 텐데, 단일화 발표 직후 안 지지층들의 여론을 보면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특히 2일 밤 마지막 티브이(TV) 토론을 보고 안 지지를 결심했던 이들의 실망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도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윤 후보의 이미지를 안 후보가 채워줄 수 있다면 표심이 더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윤 후보가 단일화로 인해 특별히 유리하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윤-안 후보 사이의 단일화 효과가 ‘1+1=2’는 수학 공식처럼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평균 7∼8%가량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안 후보와 단일화한 것은 박빙 국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박빙 상황에서는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에 윤 후보에게 이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중도층에게는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를 위해 결단했다고 비치는 측면이 있어서 윤 후보가 승기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후보 단일화로 ‘안정적 후보’라는 이미지를 챙겼다는 분석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미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은 다 움직여서 흐름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폭주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안 후보라는 견제 장치가 마련됐다고 인식될 가능성 등을 얻었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향후 지원유세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단일화 효과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지자 이탈을 막고 이들을 윤 후보에게 옮겨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안 후보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며 막판에 후보를 사퇴했고 지원 유세에도 소극적이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 대선이 워낙 박빙이어서 단일화가 심리적·상징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윤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보다 모양새가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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