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담은 국민의힘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사실상 반대 방침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는 정쟁의 소지가 강하다”며 “정부조직 개편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미래지향적 정부조직법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게 담기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9일 뒤늦게 확인됐다. 이 대표가 비공개이긴 하지만 공식 석상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대표의 발언을 확인하며 “정부조직법 개편을 하겠다면서도 우주항공청과 법무부 산하 이민청 등은 준비가 덜 됐다며 따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걸 보면 지지율이 폭락한 상황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정략적 안이고 여성가족부 문제를 가지고 정쟁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현재 상태로 유지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변화된 요구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서 좀 정밀하고 세밀하게 입법적 대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당정이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핵심인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 방침을 세우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여야 갈등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 115명이 모두 참여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관련 사무를 보건복지부로 옮겨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고, 외교부 장관 소속의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9%, 부정 평가는 63%로 나타났다. 특히 19~29살 연령대에서는 긍정 평가가 16%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한편, 이 대표는 9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야 모두 정기국회 중점 처리법안으로 밝힌 납품단가연동제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만큼 여당의 조건 없는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 탓에 하도급 업체를 비롯한 중소기업의 부담이 크다”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여론조사상 국민 10명 중 9명이 (납품단가연동제에) 찬성할 정도로 국민적 공감대가 높기에 충분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여야가 힘을 모아 이번 경제위기를 상생의 가치를 실현할 기회로 만들자”고 덧붙였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다. 이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당정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추진에 맞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앞세워 민생을 우선하겠다는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