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은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채 검찰에 출석한 것을 두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검찰을 향해선 “이제부터 더욱더 수사에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무치의 ‘이재명 출두’를 보며 제가 되레 부끄럽다”며 “이 대표가 오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대추나무 연 걸리듯 한 그의 권력형 비리를 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이날 검찰 출석 전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물론, 조봉암 사법 살인과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검찰의 대표적 ‘조작 사건’들을 거론하며,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라고 규정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힘 쪽에선 이 대표의 검찰 출석 현장에 민주당 의원 30여명이 동행한 것을 두고도 “이 대표의 피해자 코스프레에 조연으로 스스로 참여한 것”(정 비대위원장)이라며 “거대 야당의 위세와 지지자들의 위력을 이재명 방탄에 쏟아부으면서 검찰 수사를 압박”(김미애 원내대변인 논평)한 것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이건 법의 문제이고 팩트의 문제”라며 “제1당의 위세와 힘으로 수사를 막거나 저지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서 진실을 밝히고 진실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도 이 대표와 민주당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에서 열린 보수진영 집회 무대에 올라 “어느 누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 같은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자들을 호위무사로 대동하느냐”고 따져물었다. 김기현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나라를 구한 개선장군마냥 민주당 의원들, 당직자들, 지지자들과 함께 나타나 특유의 궤변만 늘어놓았다”고 비판했고, 안철수 의원은 “위력으로 법치주의를 짓밟고 지나가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개인 자격으로 정정당당히 재판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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