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만 정권의 조봉암 사법 살인, 박정희 정권의 김영삼 의원 제명, 전두환 정권의 김대중 내란 음모 조작 사건까지 독재 권력은 진실을 조작하고 정적을 탄압했지만 결국 독재자는 단죄됐고 역사는 전진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검찰이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와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오늘은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자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 내린 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자신을 조봉암 선생과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 빗대 부당한 정치탄압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 겁니다.
‘윤석열 검사독재정권.’ 이 말은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정부가 이 대표는 물론 문재인 정권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 나서자 민주당에서 꺼내든 말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출석 요구에 대해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한 데 이어, 지난 10일 세번째 검찰 출석 때도 “승자가 발길질하고 짓밟으니 패자로서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대표가 검찰 수사 국면에서 조봉암·김영삼·김대중 등 세 사람의 이름을 꺼내든 건, 0.73%포인트라는 작은 격차로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검사독재정권의 정치적 탄압이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조봉암 선생의 경우, 1956년 대선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조봉암 선생이 3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에 위협을 느낀 이승만 정권은 그에게 ‘북한과 내통해 평화통일을 주장했다’는 혐의를 씌워 1958년 7월 사형을 선고했고, 이듬해 처형했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9월 ‘정권에 위협이 되는 야당 정치인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표적 수사를 해 사형에 처한 것으로, 민주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인권유린이자 정치탄압’이라고 이를 규정했고, 대법원은 2011년 재심을 통해 조봉암 선생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군사정권도 ‘정적’이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제거에 나섰습니다. 박정희 정권 때인 1979년 10월, 제1여당인 민주공화당과 제2여당인 유신정우회 국회의원들은 당시 신민당 총재이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의원직 제명안을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압력을 통해 박 대통령을 제어해줄 것” 등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문제 삼은 겁니다.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 역시 1980년 7월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당시 민주 세력의 지지를 받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가 20여명을 북한의 사주를 받아 내란음모를 계획하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일으켰다는 혐의로 군사재판에 회부한 사건이었습니다. 200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성남시장 재직 시절 개인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조봉암 선생과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을 자신과 견주며 ‘정적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다소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대표는 자신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빗대며 정치범 흉내를 냈다”며 “이런 설익은 역할극으로 국민을 속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게 대표적입니다.
물론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혐의가 있다면 누구든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합니다. 다만 검찰이 ‘내로남불’, ‘시정농단’, ‘증거 인멸 시도는 삼척동자도 안다’ 등의 원색적인 표현까지 쓰며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선, ‘정적 제거’, ‘야당 탄압’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여론은 찬반이 팽팽합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성인 1001명에게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적법한 수사여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응답(49.2%)과 ‘야당 탄압이어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43.6%)는 응답이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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