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장병들이 수단 교민철수 해외임무에 필요한 물자를 공군 수송기(C-130J)에 적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아프리카 수단에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 무력 충돌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4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현지에 체류 중인 교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수송기를 급파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은 지난 22~23일(현지시각) 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 교민 등을 철수시키는 등 자국민 구출을 위한 각국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3일 기준 수단에 체류 중인 한국인 29명 가운데 28명은 모두 수도 하르툼의 한국대사관에 모여 대피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은 모두 안전한 상태로, 수단 국적을 가진 한국인 1명만 대사관에 오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교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이동 계획과 관련해 “현재 여러 정보를 종합해 가장 안전한 대피 계획이 무엇인지 파악 중”이라고 했다. 남궁환 주수단 대사는 전날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르면 내일 철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지 상황이 유동적이라 (철수 경로 등)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하르툼에서 시작된 수단 정부군과 반군 신속지원군(RSF) 사이 교전은 수단 전역으로 번지면서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위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군벌은 21일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를 기해 사흘간 휴전에 합의했지만, 교전은 이어졌다. 다만 수단 정부군이 각국의 안전 보장 요청을 수락하고, 대피를 위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는 자국민 철수를 위한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하늘길과 바닷길 대피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방안 마련에 나섰다. 22일 오후에는 군 특수전사령부의 707대테러 특수임무대와 공군 공정통제사(CCT) 등 50여명을 태운 공군 수송기(C-130J·슈퍼 허큘리스)가 수단과 가까운 동아프리카 국가 지부티의 미군기지에 도착했다. 23일 현재 수단 정부가 수도 하르툼 공항을 폐쇄한 상황이지만, 한국 정부는 수단 진입이 허용되는 대로 대기 중인 공군 수송기를 수단에 보낼 예정이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오만 살랄라항에 있는 해군 청해부대도 급파됐다. 정부는 하늘길이 막힐 경우 뱃길을 통해 교민들을 대피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세계 각국도 수단에 체류하는 자국민 구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22일 자국 민간인 91명과 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 12개국 국민 66명 등 모두 157명이 자국의 홍해 쪽 항구도시 제다에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수단 동부 항구도시 포트수단으로 이동해 제다로 향하는 배를 탔다. 미국도 하루 뒤인 23일 항공기 6대로 외교관과 가족들을 철수시켰고, 요르단도 자국민 300명의 철수를 시작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도 자국민 대피를 개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수단 내 무력 충돌은 지난 15일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이 충돌하며 시작했다. 정부군 지도자 압델 파타흐 부르한 장군과 신속지원군의 사령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는 최근 수단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주도한 동지였지만, 수단의 통치 향방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사태로 21일 기준 최소 413명이 숨지고 355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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